▲김대중 편집부장 |
인류역사가 증명하듯 권력은 혈육과도 나눠가질 수 없는 본질을 갖고 있다. 권력 게임은 그 크기에 관계없이 ‘전부 아니면 전무’의 속성을 갖고 있다.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게임의 법칙은 같은 신념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동지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석달도 채 남지 않은 ‘5·31 지방선거’는 내년 말 대통령 선거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여야가 난데없이 심판의 주체인 국민의 이름을 빌려 ‘정부 심판론’과 ‘지방권력 심판론’으로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일전불사의 전의를 다지는 한 단면이다. 하루 먹고 살기에도 고단한 국민의 이름을 차용해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정치는 사기의 속성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여야의 속내는 복잡하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의 승리없이 권력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30%대에 머물고 있는 국정지지도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는 정당지지도는 불안감을 주는 주된 요인이다.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포함한 자치단체장 상당수가 한나라당 소속인 것도 고민의 대상이 된다. 여당은 부인하지만 ‘지방권력 심판론’이 탄생한 배경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정권탈환의 신호탄으로 삼은 듯 하다. 정당지지도와 대권 예비후보군의 앞선 지지도는 한나라당을 고무시키는 인자들이다. 최근 전여옥 의원의 ‘DJ치매’ 발언과 최연희 의원의 ‘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말이다. 중앙정치권의 사생결단식 움직임 속에,지방정치권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방선거에 나설 ‘선수’들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열린우리당 대전시장 후보군은 가장 먼저 가시화됐다. 염홍철 현시장과 권선택 의원 그리고 ‘돌아온 연어’ 송석찬 전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본선에 오를 후보를 가리는 절차다. 1년전 행정수도 결사반대를 외치는 한나라당을 탈당,열린우리당에 승선한 염 시장은 전략공천을 원하는 듯 하다. 정치적 위험부담을 감수하며 탈당을 결행한 광역단체장의 입장에서 볼 때 일정 부분 수긍할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경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로 정권 창출에 성공한 당내 기류는 아직 유효하다. 엘리트 행정관료 출신으로 ‘당찬 도전’에 나서고 있는 권선택 의원 역시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후보 경선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권 의원이 지역구인 중구가 아닌 대전시청 정면에서 ‘성대’하게 출판기념회를 연 것은 여러 가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염홍철 시장과 권선택 의원,송석찬 전 의원 등 후보군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선출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략공천이나 경선 모두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염 시장의 공과를 가려 전략공천을 할 것인지 그동안 성공을 거두어온 ‘경선 이벤트’를 선택할지에 대한 중앙당의 결정은 대전시민의 큰 관심사다.
물론 최종적으로 ‘진정한 선수’를 뽑는 것은 심판자인 유권자의 몫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