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한(反韓)감정 부르는 한국인의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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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한(反韓)감정 부르는 한국인의 인종차별

  • 승인 2006-03-02 00:00
  • 장수찬 목원대 교수장수찬 목원대 교수
일전에 어느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이다. 필리핀을 방문하던 한국인 사업가 두 사람이 필리핀 마닐라 공항의 트랩을 내려서는 순간,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와서 내리는 필리핀 청년 여섯 명에게 둘러 싸여 몰매를 맞았다. 즉시 공항경찰대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연행된 청년들은 한국에서의 취업기간 중에 당한 학대와 모욕을 이야기 했고 이에 흥분한 경찰들이 합세하여 재차 한국 사업가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필리핀 주재 한국 대사관에 신고를 하여 문제를 제기 했으나 결국 한국 사업가들은 강제 출국을 당하고 말았다.

얼마 전 필리핀에서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라는 이유로 불이 질려져 식당이 전소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대사관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난입 대사관 현판식을 떼내 짓밟고, 페인트 병을 던지며 한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또 연변 기아자동차 기술훈련 원장 피습 사망사건, 페스카마호 선상반란 사건,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의 한국 관광객에 대한 위협행위는 무엇을 말하는가?

현재 동남아시아인들 사이에는 대(對) 한국 감정이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한류(韓流)로 불리는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높은 호감이다. 다른 하나는 동남아 이주자들이 한국사회에서 겪은 불편?부당??대우 때문에 생겨난 반한(反韓) 감정이다.

위에 언급된 실례에서 보여 지듯이 동남아시아인들 사이에 반한국인 감정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사업장에서는 불법체류의 신분적 약점을 이용한 인권유린, 60% 이상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상시적 임금체불, 그리고 프레스에 잘린 이주 노동자의 손가락으로 상징되는 가공할 산업재해 등등이 일반화돼 있다.

사업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권유린은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인종 차별주의 문화 때문에 가능하다. 정치?사회적으??인종 차별주의가 당연시 되는 사회에서 기업인들은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어떤 부당 노동행위도 서슴지 않게 된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순혈통주의 문화를 가진 나라이다. 문화적 순수 혈통주의는 외국인들을 외부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단시 한다.

통계를 통해 미국인과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신뢰수준을 살펴보면 우리가 외국인을 얼마나 이단시 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인들의 46.0%가 ‘외국인들은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7.9%만이 ‘외국인들은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동남아시아인들이나 흑인들을 신뢰하지 않고 차별한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인들의 인종 차별주의에는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논리가 녹아있다. 따라서 국내체류 동남아시아인들은 한국인들의 순수혈통주의 문화와 권력의 논리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세계화 추세 속에서 한국인들이 순수혈통주의 문화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경제활동과 문화활동의 세계화는 한국인들에게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06년 현재 국제결혼으로 정주하는 외국인과 국내 체류 이주 노동자는 43만명으로 매월 2천~3천명씩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간다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숫자는 2010년에 60만을 휠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국내 체류 외국인들은 산업현장의 인력난 때문에 혹은 국내에서 혼인하기가 어려워서 우리가 모셔온 사람들이다. 우리사회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한류(韓流)로 불리는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높은 호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선진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진 문화는 높은 개인권리가 존중되는 문화다. 선진 문화는 피부색깔이나 언어적 차이 때문에 차별 받지 않은 문화이다. 차이를 존중하고 관용과 신뢰를 보여주는 문화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가장 자유롭고 민주화된 국가이다. 한국이 아시아인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동남아시아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을 깊게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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