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대립과 갈등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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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대립과 갈등의 열쇠

  • 승인 2006-03-01 00:00
  • 황승기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황승기 대전남부교회 담임목사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사회 구성원 간에 의견과 관점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지금 우리는 사회 전반에 걸쳐 극한 갈등과 대립을 경험하고 있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 좌-우익의 논쟁과 대립에서부터 지역의 작은 이권이 걸려있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대결이 문제해결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은 일단 ‘적’으로 간주하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이러한 사고는 집단적인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영역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비방과 인격 모독적인 악의적 댓글은 그 위험 수위를 이미 넘어섰다.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여기는 대립적인 사고는 필연 자기의 정당화를 위한 과장과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폄하를 감행하게 한다. 이것은 충돌을 야기한다. 발단에서는 작은 문제였으나,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감정적인 문제를 남기는 예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인격적인 대립적 사고가 원인이다.

신학자 리처드 마우(Richard Mouw)는 서구사회에 대해 ‘오늘날의 문제 중의 하나는 예의바른 사람은 강한 신념이 없고,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예의가 없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신념 있는 시민교양’을 말하였다. 자신의 분명한 신념을 가지되, 나와 다른 의견의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민적 교양의 필요를 말한 것이다.

나와 다른 입장에 있다고 해서 그는 ‘적’이 아니다. 오히려 신학적인 개념으로 본다면, 그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고귀한 존재다. 타도해야 할 대상이거나, 혹은 없어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고귀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형제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분쟁이 있는 한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라고 부탁하였다.

우리는 대립의 상황 속에서 남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 시대의 한 작가가 “젊었을 때는 언어의 외형적 질서에 하자가 없으면 다 말인 줄 알았고, 말하기의 어려움과 말하기의 위태로움과 말하기의 허망함을 알지 못했다”고 겸손히 고백했다. 우리는 대립의 상황에서 더 날카로운 언어로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하지 않는가? 대립과 갈등 속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인격적인 인정과 존중이다. 사람들이 움직여가는 사회인지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람 사이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자신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인정과 존중은 대립과 갈등을 풀어가는 훌륭한 열쇠다.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열쇠는 ‘개방성’이다. 폐쇄된 논리와 사고구조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자세와 태도로는 화합을 이룰 수 없다. 나의 생각만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변화와 수정은 상대방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 민간기업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공존과 번영을 위하여 필요한 항목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이 ‘개방성과 연합의 힘’이라고 한다. 특별히 정치와 이념의 문제, 노사문제와 분배의 문제에서 개방성과 연합된 힘인 시너지 효과가 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학적 입장을 달리하는 많은 분파가 존재하는 가운데, 청교도 목회자 리처드 백스터(Richard Baxter)가 한 말은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일에는 자유를,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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