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MBC 공개홀에서 열린 ‘호스트 패밀리 결연행사’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 라숨(30)씨는 연신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은 외국인 노동자 45명이 지역 인사와 결연을 통해 자신을 도와줄 후원자를 만나는 뜻깊은 날.
행사장에는 지역 각계 인사와 결연을 맺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대전에서 생활하는 같은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 100여명이 행사를 지켜보며 ‘잔칫 날’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라숨씨도 그 중 한 사람.
자신에게 후원자가 생기는 것도 아닌 데 라숨씨가 뛸 듯이 기뻐한 이유는 이번 행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나눔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 고향에서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 대전에 있는 한 전자회사에서 일해 왔다”며 “처음 대전에 왔을 때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들었다”며 서글펐던 과거를 회상했다.
라숨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낯선 땅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생각, 가족생각 등으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서러움을 느낀다”며 “호스트 패밀리 행사가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따뜻한 나눔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취업비자를 받아 대전에 정착한 세푸딘(31)씨도 이번 행사를 통해 고향을 떠나올 때 품었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새푸딘씨는 가난을 이기려고 국제적인 이산가족이 되는 것도 감수하며 지난 2003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고향에서 과일장사를 했지만 돈벌이가 넉넉하지 못해 외국에 나가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아내는 홍콩, 나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때 고향에 돌아가는 한국사람들을 볼 때마다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무척 괴로웠다”며 “그러나 이제는 몇 달만 돈을 벌면 인도네시아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대전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테파니(여·24)씨는 “아는 사람도 없고 언어, 문화 등 외국인으로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이 있지만 호스트 패밀리 행사를 통해 만난 후원자들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외국인 강사들의 모임인 ‘Socius’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 이 행사를 통해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 단체와 교류할 생각이 들었다”며 “대전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나눔의 문화가 활짝 꽃 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 오늘은 ‘새 가족이 생긴’ 역사적인 날 중도일보사와 대전MBC, 디트뉴스 24, 아리랑 TV,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전 충남 외국인노동자 호스트 패밀리 결연행사가 26일 대전MBC 공개홀에서 열려 외국인노동자들과 결연을 맺은 참가자들이 결연서를 교환하고 있다. 지영철 기자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