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집값도, 땅값도 안정시키지 못했다.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라는 국토 균형발전의 미명 아래 각종 개발계획의 남발로 전국의 부동산 값만 부추긴 데다가 올해는 개발지역 보상비가 천문학적으로 풀려 투기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또한 각종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각종 인허가 등을 까다롭게 하여 집값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부작용과 후유증만 커졌다. 시중에는 돈이 많아 갈데가 없고, 인기있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세금 인상으로 수요만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이제 동네 아줌마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즉,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 수준에 이른 것이다.
합리적 시장주의자라 자칭했던 현 정부의 경제 부총리가 취임과 동시에‘건설업이 망하더라도 집값은 잡겠다’며 반시장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서민들의 일자리만 사라지게 됐을뿐 아파트 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올랐다.‘시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이 시장을 위해 존재하는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국민을 위해 시장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시각 자체가 문제 아닐까? 시장은 그 자체일 뿐,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은 아니다. 시장은 항상 시끄럽고 복잡한 곳이며, 자정능력을 가지고 균형과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경제 주체인 것이다.
시장엔 이기심과 경쟁이 존재하지만, 오가는 정이 있고 협동과 정의가 살아있어 지금까지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현재할 것이다. 현 정부는 시장도 중요한 사회자본인 만큼 신뢰까지 허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찰해 봤으면 한다. 오히려 정부가 할 일은 국민이 경제활동을 통해 각자 이익이라는 이기심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차원이면 족한 것이다. 즉, 국방이나 치안 그리고 개인이 못하는 대형 공공사업 정도만 하면 충분할 것이다. 시장경제의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 박혀있는데 혹 이것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면 유토피아를 꿈꿨던 독재자의 말로를 역사 속에서 봐야 할 것이다.
시장이 성장한 뒤에 분배나 복지의 수순이 아닐까? 분배가 우선이었던 옛 소련도 국민에게 줄 빵이 없어서 지하경제에 의해 무너졌고, 문화혁명으로 자본가를 축출하려던 중국도 거대한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되었다. 칼 마르크스도 무덤 속에서 자유시장경제의 대부로 불리우는 애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복지형 국가를 천명했다. 부동산 정책에선 시장원리를 가지고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했고, 양극화 극복을 위해 시장논리를 넘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까지 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눈은 얼음처럼 차고 비수같이 예리하다. 무한한 시장이 어찌 유한한 권력에 흔들릴 대상이 될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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