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부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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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부는 문화다

  • 승인 2006-02-25 00:00
  • 최명옥 한국복지재단 대전지부장최명옥 한국복지재단 대전지부장
우리 사회는 기부 잠재력이 매우 큰 사회다. 전통 풍습인 두레, 계 등을 보더라도 그렇고 삯바느질로 평생 모은 수억 원을 선뜻 기부하는 감동적인 사연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런데 흔히 ‘기부문화의 부재’가 지적된다. 일상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기부문화는 아직 낮은 수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기부는 연말연시나 자연재해 때마다 거쳐가는 연례행사일 경우가 더 많다.

최근 다행인 것은 한국인의 기부문화 수준이 나날이 향상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인들의 기부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남을 돌아보는 마음이 향상됐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영국은 어린 시절부터 기부 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에서, 마을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에서도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하고 또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학교에서는 간식시간에 커피와 학생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판매하고, 수익금을 만들어 기부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연극발표, 음악회 끝에는 반드시 모금 활동이 있어 1~2 파운드씩 내어 기금을 만든다.

또한 저녁에 직접 자선단체의 직원 및 자원봉사자가 각 집을 돌아다니며 자기가 속한 자선단체를 소개하고 기부를 요청하면, 어려서부터 이런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영국인들은 적은 금액이라도 대부분 기부에 참여한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의 월급 가운데 일정 금액을 기부금으로 모으거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마다 소액이 기부금으로 적립되도록 하는 등 선진국에 비하여 미약하지만 우리 사회에 기부의 싹이 돋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기부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식 부족은 타인에 대한 나눔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개인의 경우 소액인 데다 어떻게 기부를 해야 할지, 또 어디에 후원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기부에 있어 소액 기부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소액 기부는 기부자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며, 기부의 금액과는 상관없이 지속성을 갖는 특징이 있다.

기부 금액의 많고 적음이 최고의 기부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최고 기부자는 적은 금액이지만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관심을 갖고 기부하는 사람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 듯 소액 기부는 기부 문화의 시작이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그 좋은 예가 전국적으로 많은 소액 후원자가 참여하고 있는 ‘어려운 이웃 결연사업’ 과 ARS를 이용한 ‘사랑의 리퀘스트’다.

미국의 작가 도로시 파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하여, 작은 돈을 보탤 수 있는 마음, 이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다”라고 했다.

많은 시민들은 단지 한 두 번 기부를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부를 통하여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며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부동산 소유, 부의 집중 등 양극화 현상이 사회적 문제점으로 등장하여 사회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발적인 기부로 자신의 시간과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성숙한 기부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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