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벼슬보다 귀(耳)를 달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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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벼슬보다 귀(耳)를 달라는 사람

  • 승인 2006-02-24 00:00
  • 가기천 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가기천 충남도의회 총무담당관
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이 있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 사람이 말을 하면 아무도 믿지 않지만, 세 사람이 연이어 똑같은 말을 하면 믿게 된다는 것이니, 곧 거짓말도 통하게 된다는 말이다.

옛날 막부(幕府)시대의 일본에서 전쟁이 끝나고 왕이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상을 주고 벼슬도 내렸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은 ‘아무것도 바랄 것은 없고 가끔 귓속말이나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고, 왕은 ‘욕심이 없는 진정한 충신(忠臣)’이라며 허락했다. 그 후 권력과 재물이 그에게 쌓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없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지어내어 믿게 하거나, 실력자(實力者)와 가까이 할 수 있음을 기화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일이 없지 않으니, 그 폐해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듣는 이가 제대로 살피고, 이런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겠으나, 이런 사람들은 대개가 교언영색(巧言令色)하며 살갑게 구는 재주가 있으니 어찌 미쁘지 않겠느냐?

더구나 우리사회는 연(緣)을 중시하고, 연고에 따라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끼리끼리 당기고 밀어주는 세태이다 보니,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숨이 크다 하겠다.

연인 사이의 속삭임은 아름답지만, 귓속말로 전하는 음습한 거짓말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본시 남을 시기하고 헐뜯는 심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마저 있을까?

어느 단체에서 ‘우리는 남의 장점만을 말한다’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었다. 서로 북돋아 주고 좋은 점을 찾아 기려주는 사회, 일할 맛 나는 직장이 된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느냐?

귓속말을 좋아하고, 주워들은 이야기를 부풀려서 퍼트리는 것을 자기의 재주나 특기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개가 믿음이 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하며, 말과 행동을 바로 하고 남의 좋은 면을 보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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