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감] 굿바이! 자민련

  • 오피니언
  • 세상읽기

[데스크 시감] 굿바이! 자민련

  • 승인 2006-02-24 00:00
  • 박상배 정치행정부(서울)박상배 정치행정부(서울)
▲ 박상배 정치행정부(서울)
▲ 박상배 정치행정부(서울)
엊그제 한국 정당사에서 ‘자유민주연합’이라는 또 하나의 정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창당 10년의 일천한 연혁에도 ‘최장수 정당’으로 군림할 만큼, 한국정치는 그간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토해냈다.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얼마나 고난(苦難) 한 일인지 자민련의 명멸과정이 다시금 한 단면으로 상기된다. 김영삼(YS), 김대중(DJ), 노무현 등 전?현??대통령 주변의 정세를 보자. 각기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국민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다시 열린우리당으로 허물을 벗어던지듯 입장에 따라 각기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이념과 노선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물 중심의 정당정치를 해온 결과였다. 여기엔 지역과 연고 우선이란 편협성이 또 다른 인지상정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자민련 태동 역시, 내각제합의를 전제로 한 3당합당(90년)과 YS의 합의각서파기, 이를 연유로 창업동지인 JP조차 거세하려던 과정에서 촉발됐다. 격앙된 집단적 분노와 정의가 창당의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충청도민의 가슴과 머리는 그런 열정으로 순식간에 젖어들었다.

이른바 ‘충청도 정서’라는 것이 생겨난 것도 이때쯤이다. 뒷골목 깡패조직만도 못한 정치판의 불의와 불신을 심판이라도 하듯, 대구경북에서, 강원도에서 충청도민을 향한 심정적 동조가 잇따랐다. 기존의 종적인 동서갈등을 가로질러 자민련 녹색바람은 횡적 ‘그린벨트’ 지지대 형성을 이뤄냈다. 창당 불과 3개월 만에 전국정당으로 우뚝 선 것이다.

10년 전 충청도민의 가슴을 그렇게 달궜던 자민련이 네 번째 맞는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유성(流星)처럼 사라져갔다. 지난 17대 총선 참패직후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던 맥아더 장군의 심정을 자신의 정계은퇴 심정에 담아 대신했던 창업자 JP. 그가 떠날 때부터 사실상 자민련의 운명도 이미 예고된 일이긴 했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던가. 자민련이 당 간판을 내린 요즘, 정계에서 물러난 노정객 JP의 귀거래사가 부쩍 생각난다. 세 사람을 연이어 용좌에 밀어 올리며 차기대권을 이어받을 명실상부한 2인자로, 또한 두 번의 실세 총리와 9선의 대업을 쌓으며 수십 년 정치를 해온 그였다. 그런 그가 ‘정치가 허업’이라니, 허무주의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오랜 정치생활을 끝낼 때가 되어 주위을 되돌아보니 곁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던 그가 ‘자민련의 최후’를 어떻게 바라 봤을까. 이런 JP의 반응을 놓고, 갈라선 두 세력사이에 옥신각신 억측이 무성하다. 해석차이 마저도 JP의 남은 유산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추측컨대 ‘한자통합’에 대해 처사촌 처제, 사촌형부 사이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관계에서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JP의 평소 성품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하라말라 강권할리 만무하지 않는가.

자민련의 소멸로 이제 분명한 것은 한국정치에서 ‘3김정치’가 막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추종하던 인걸(人傑)도, 흔적도 모두 사라진 현실에서 한때의 영욕과 평가만 무수할 뿐이다. 그가 말하듯 이제 남은 것은 호주머니의 먼지 뿐 그 어떤 종적도 없다. 오늘날 자민련의 명멸을 바라보는 충청도 민심도 JP와 그 추종세력 이상의 허무와 허망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한때의 인기나 허업(虛業)을 좇기보다 메아리 없는 외침일 지언정 “충청도가 자민련을 버렸어도 자민련은 충청도를 버리지 않았다”는 삼별초와 같은 결기있는 행동파 세력만 있었어도 ‘굿모닝 자민련’으로 되돌려 놓지 않았을까. “자민련이여 이제 안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4.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5.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1.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2.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3.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