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 새출발을 위해 새 시작을 알리는 졸업

웃자! 새출발을 위해 새 시작을 알리는 졸업

졸업식에는 감동이 있다 세태따라 졸업식도 변한다

  • 승인 2006-02-24 00:00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지역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는 졸업식장이 떠들썩하다. 학교초입마다 형형색색의 꽃다발을 한아름씩 안은 부모들이 자식 졸업식에 늦을 새라 하던 일을 멈추고 학교로 종종걸음한다. ‘언제 저 녀석이 저렇게 컸을까’. 힘겹게 자식을 기른 부모일수록 자녀의 졸업 광경을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하고 대견스럽다. 과거를 떠올리는 부모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힌다.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식장을 찾은 부모에게 자식은 다짐한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열심히 노력해 호강시켜드릴게요.”


졸업식장은 부모와 자식간 천륜의 정을 새삼 확인하는
마당이다. 그래서 졸업식장엔 따스함이 흐른다. 졸업식장은 예나 지금이나 시끌벅적하다. 누구는 우등상을 탔네, 누구는 개근상을 탔네하며 서로를 축하해준다. 게다가 누구는 어느대학에 합격했네, 누구는 장학금을 탔네하며 호들갑이다. 꽃다발을 품에 안고 함박웃음을 짓는 졸업생의 표정에서 이날만큼은 세상을 얻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어느 순간 졸업식 노래가 들린다. 그러나 졸업식 노래에 눈물흘리던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눈물섞인 졸업식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 것 일까.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교장선생님의 길고 긴 졸업사일 것이다. 그래도 교장선생님이 전해주는 졸업사는 마음의 보약으로 다가온다. “졸업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출발이란다. 어디를 가든 열심히 노력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주역으로 당당히 서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연마가 있어야 합니다. 항상 성실함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다시 듣기 어려운 교장선생님의 조언에 졸업생들은 숙연해진다.

졸업식이 파하자 서로 밀가루를 뒤집어 씌우고 교복바지를 찢으면서 ‘이제는 졸업이다’라고 외치
는 학생들의 행태는 여전하다. 학생부 선생님들이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젊은 혈기를 다스리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어떤 학생은 온 몸에 달걀을 뒤집어 쓴다. 일부 어른들은 이광경에 눈살을 찌푸린다. 배움의 업을 마친다는 졸업. 하지만 졸업식장의 떠들썩함 뒤에는 미래에 대한 졸업생들의 불안감도 느껴진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영어, 수학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지? 목표한 대학진학은 가능할까? 어려운 취업난속에 올해 꼭 취업할 수 있을까? 일부 졸업생들의 얼굴을 보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학교 졸업식에는 감동이 숨어 있다. 만학도의 모습에선 못배운 한을 성취한 뿌듯함이 배어난다. 대안학교에서 늦깎이로 공부해 대학에 수석 합격한 중년여성에게선 아름다움이 흐른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사연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대전보건대학 노인보건복지과를 지난 17일 졸업한 정영철(29)씨.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걱정스러워 2년간 등교 때마다 할머니를 함께 모시고 대학생활을 한 정씨의 모습에서 진정한 효 실천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1급지체장애아로 대전 흥룡초등학교를 졸업한 임지훈(14)군의 뒤에는 아버지의 내리사랑과 주변의 배려가 숨어 있었다.

아들의 병세악화로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아들을 매일 등에 업고 6년간 등교시킨 아버지, 학업에 지장없도록 각종 시설을 구비해 준 학교와 임군을 배려해 준 학부모. 우리 사회는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배재대 오유진(24)씨. 장애우의 역경을 극복하고 음악소질을 살려 내 4년간 학사과정을 마치고 졸업식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승리감이 넘쳐난다.

폐교결정으로 지난 17일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 청양 문성초교. 졸업식에 선 3명의 아이들. 이농현상과 고령화에 힘들어하는 우리농촌의 현실을 비춰준다. 그래도 당당한 아이들 표정이 밝은 미래를 읽게 한다.

졸업식 풍경이 바뀌고 있다.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에게 꿈을 심어주는 학교. 송사와 답사대신 졸업생 다짐을 받는 학교. 전체 졸업생에 꽃을 달아주는 선생님. 졸업식 전경도 개성이 넘쳐난다.

지난 16일 졸업식을 가진 대전대정초등학교. 송사와 답사대신 다짐을 외치는 졸업생의 목소리가 졸업식장을 메웠다. 졸업생 개개인이 식장 전면에 나와 오른손을 들고 부모와 스승, 그리고 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꿈을 밝히고 실천을 약속했다. 같은 날 대전성남초등학교 졸업식장. 이 학교 선생님들은 ‘제자사랑 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 320만원을 졸업생 12명에게 전달하는 나눔을 실천했다.

아산 음봉중학교는 지난 9일 졸업식에서 색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지금까지 대표자에게만 줬던 졸업장을 졸업생 전체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나눠준 것이다. 졸업생 모두에게는 또 장미꽃 한송이씩을 선물로 전달해 식장에는 잔잔한 감동이 흘렀다. 예산 삽교중학교도 지난 10일 졸업식에서 담임교사들이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정성을 담아 꽃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어진 동영상에선 축하메시지와 제자를 떠나보내는 선생님의 아쉬움이 방영됐다. 그렇다면 졸업생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후배사랑 실천을 보여주자고 작심한다. 졸업생들은 그 자리에서 교복을 물려주는 행사를 가지며 참석자들과 정을 나눈다.

새 출발의 신호탄이어서 일까. 졸업식은 기억될 만한 행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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