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구 前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 |
전국적 행정자치구역 변경은 한번 개편시행되면 적어도 100년 이상 다시 변경할 수 없게 되는 게 세계 각국의 역사적 사실이다. 행자부안에 찬반토론과 대안제시가 학계, 언론계, 지방행정부 등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본다.
현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고려조, 조선조에서 남북한을 통틀어 8도로 구획해 천년을 내려오던 것이 그 뿌리다. 일제 침략 시 이 8도를 남도, 북도로 갈라놓고 기초행정단위를 세분하여 축소 다단계로 개편하여 약 백년간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 후 10년 전에 5대시를 직할시(광역시)로 다시 분리시켰고 산업과 인구이동에 따라 일부 조정개편한 일도 있었다. 현 행정구역은 몇 가지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 개편의 당위성이 인정된다 하겠다.
즉 ①현 행정구역은 면적, 인구, 생산성(GDP), 자립도 등에서 너무 형평이 맞지 않고 있다. ②현 행정구역은 지역감정, 지역패권주의, 지역갈등이 너무 심화되고 있다(행자부의 개편 취지가 여기에 역점이 있는 듯). ③현 행정구역은 조장행정과 자체기구 자존상(自存上) 너무 방대한 조직(중앙 행정부와 거의 맞먹는 기구)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급진적으로 기구는 늘었고 공무원수는 더 많이 늘었다. 이것은 비효율과 공무원 만능의 공무원 공화국이 됐다는 풍자도 있다. ④이와 같이 되니, 지방의 세력은 커지고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지시와 방침을 잘 따르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은 본질적으로 정치세력화되어 대권을 넘보는 처지에 이르고 있지 않나. (행자부안의 속셈이 여기에 있지 않나?)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든 행정구획은 국가 통치상 또는 국민 참정상 존재한다.
행정자치구획 결정은 ①인위적 획정. ②역사적 전통적 관례에 따라 획정된다. 미국과 러시아의 동부지역이 ①에 해당되고 한국, 일본, 중국 등 다 대수 국가가 ②에 해당된다. 그리고 광역자치 행정구획은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와 면적에 거의 맞먹는 정도로 광역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보다 광역자치 행정구역이 세분화 되고 다단계로 복잡하게 된 나라로는 일본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7년간 소위 헤이세이 대통합(平成 大統合)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분된 행정구획을 대 통폐합하는 연구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현존 일본의 지방자치 계통은 도(都) 도(道·북해도), 부(府 오사카와 교토), 현(縣 지방 48개), 정령시(政令市·우리나라 광역시와 같고 9개)가 있었는데 이를 통폐합하여 구주주(九洲州·7개 현과 2개 정령시), 서부주(西部州·일본 본토의 남서부), 긴기주(近京畿·오사카 등 일본 본주의 중심부), 관동주(關東州·동경을 중심으로 한 권역), 동북주(東北州·본토의 동북부전체)와 북해도(道)로 대통합하는 안이다. 그래서 이 개편안을 도주제(道州制)라고 이름하며 고이즈미 총리와 여당은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헌법 지방자치장(章)에는 ‘지방자치는 지방자치 본지(本旨)를 손상할 수 없다’는 대원칙이 있다. 도주제를 잘못 소화하면 위헌 시비에 휘말린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 도주제를 마련, 각급 지방자치단체에 스스로 결의하여 채택하기를 권장했다. 이 제도를 따르는 곳엔 많은 인센티브가 있다.
구주의 7개 현과 2개 정령시는 각자 협의를 하고 또 통합협의체를 구성하여 협의했는데 결국은 만장일치로 통·폐합에 찬성결의를 했다. 통합 주청 소재지 결정, 통합할 수 있는 모든 조례의 개정, 통합과 동시 선출직인 지사, 의회구성원의 총사퇴와 재선거 등 숱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속속 합의에 도달했다. 통폐합으로 된서리를 맞는 집단은 그 수가 반 이상 줄어드는 공무원들인데, 퇴직공무원대책을 세워서 이들도 동참하게 만들었다.
도주제는 광역만 개편하는 것이 아니라 2차 자치단체인 시(市), 정(町), 촌(村)도 3~5개를 하나로 통폐합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전국 3232 개 기초 단체를 1258개로 통폐합하는 것인데 이중 900여개가 작년 말 현재 자체적으로 통폐합, 재선거까지 완료되었다. 수년 후에는 일본 전 국토가 각 지방정부와 의회의 자발적 역량으로 도주제는 완성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존하는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정치권과 정부에서 생각하는 축소·분산제보다 오히려 세계적인 수준에 맞도록 대통합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광역행정구역은 경기주, 충청주, 영남주, 호남주로 구획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제주도와 강원도는 이에 편입시키든지 아니면 별도 개발구역으로 놔둬도 좋다고 본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헌법상 다른 점은 우리나라 헌법 지방자치장(章)에는 앞에 지적한 바 일본헌법에서 금기시킨 조문이 없으므로 일본의 예와 같이 자치·자생적으로 통폐합을 실시하지 않고 국민이 이해하고 국회가 법을 제정한다면 획일적으로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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