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정이 있기까지 평가단은 원칙과 정도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지를 이끌어 냈다. 모두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물론 후보지에서 탈락한 지역의 아쉬움은 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애향심에서 비롯된 유치활동인 만큼 이제는 충남이라는 더 큰 이름으로 이해하고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고 가꾸는 데 힘을 모으고 합심할 때다.
새로 들어서게 되는 도청 소재지는 일찍이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충청도는 내포가 가장 좋다’고 주장한 것처럼 내포문화권의 발흥지로 풍광이 아름답고 갯바람도 쉬었다 가는 곳이다. 산 짐승들이 노니는 푸른 산과 오곡이 여무는 아름다운 들녘은 웰빙 지대다.
더욱이 환황해권의 중심으로서 충남발전의 축이 될 것이며 내륙의 또 하나의 축을 이룰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함께 쌍두마차로 충남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길지(吉地)다.
옛날 도청은 공주에서 첫 깃발을 올렸다가 1932년 대전으로 옮겼다. 그로부터 80년만인 2012년에 세 번째 도읍지(都邑地)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행정은 선택이다. 일부 여론에 밀리고 정치적 오판이 있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큰 대가를 지불한 사례는 역사를 통해 수 없이 봐왔다. 이것이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한 사례를 보자. 알래스카는 미국 땅이다. 신이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러시아에 의해 문명세계에 알려졌다. 러시아 해군은 이곳에 주둔하면서 모피를 생산해 무역을 하였으나 재정적자가 누적돼 더 이상 감당하기가 어려워지자 미국에 알래스카를 내 놓았다.
미국은 1867년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사들였다. 1센트에 612평 꼴이었다. 처음에 이 땅을 사들인 월리엄 시워드 국무장관은 얼음덩어리를 샀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심지어 알래스카는 시워드의 아이스 박스라는 비아냥까지 샀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워드는 ‘눈 덮인 무한의 자원은 다음 세대를 위한 보물 창고’라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그로부터 불과 30여 년이 지난 뒤 알래스카에서 금맥이 발견되고 엄청난 석유가 매장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이젠 보물의 땅이 되었다. 만약 시워드가 여론을 의식하여 미래에 대한 혜안을 포기했더라면 알래스카는 지금쯤 미국의 지도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유구한 단층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중요한 것은 한때의 편의를 위해서 왜곡되거나 굴절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코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충남 도청의 후보지 확정과 이의 성공적 추진은 시대적 요청이요, 사명이라 할 것이다.
도청이 옮겨지기까지는 아직 기다림이 남아있다. 여섯 고개를 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가야산의 소나무처럼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힘을 모아 작은 조각구름도 걷어내자. 그리하여 홍성·예산에서 첫 문을 여는 날 얼싸안고 춤을 추자. 그것이 지금 우리가 도청 이전을 위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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