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세월 흘러도 그리운 제자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육단상] 세월 흘러도 그리운 제자들

  • 승인 2006-02-22 00:00
  • 안창모 부여정보고 교장안창모 부여정보고 교장
당진군 합덕신리 신촌초, 지난 1970년 처음 신규교사로 부임했던 곳이다. 7년간 총각 선생으로 만난 제자들이 생각난다. ‘궁말 서정선, 이인희, 삼호 김영미, 잔다리 강희숙, 말바탕 김산형, 원신흥 박수천, 대합덕 호성난’ 등과 잊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추억을 남긴 애정어린 곳이기에 아직도 그 당시의 생활이 생생하다.

학생들에게 용기와 인내심을 키워주기 위해 가족소개, 수수께끼, 3분 스피치 발표, 창의력을 위해 이야기 꾸며하기 등을 가르치며 가끔은 벌도 주고 매도 심하게 때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순하고 귀여움만 받고 의지하는 학생이 아닌 스스로 견디고 해결해 가는 용기 있는 학생이 되기를 원했던 마음이 간절했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엄한 벌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늦게까지 아이들에게 벌을 주고 있는데 부모님들이 찾아와 말했다.

“선생님 그만 용서해주세요.”
그 중에는 나이가 드신 이연희 학생의 어머니도 계셨다. 연희는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아주 많이 받는 귀여운 학생으로 생각했었다. 그 후 연희는 인근 중학교를 졸업하고 호주인과 결혼한 언니를 따라 호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들은 후 부모님의 집으로 전화해 연희의 주소를 알아내고 외국에서 외로워 할 연희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띄웠다. 뜻밖의 선생님이 보낸 편지를 받고 기쁘고 외로운 마음을 담은 연희의 답장이 도착했다. 그 후 우리는 가끔 편지를 주고 받았고 귀국하면 연희가 찾아와 만나기도 하였다.

“이곳은 함박눈이 없어 싱거울 따름이죠. 저는 형부 회사에 출근하고 있어요. 선생님 편지를 받으면 옛날 생각하느라 바빠요. 고향산천이 그리울 때면 선생님 편지를 읽어요. 저는 시드니를 벗어나 포트 맥퀘리에 친구와 있습니다. 일몰이 장관을 이루고 야자나무에는 새들이 합창을 하고…. 선생님은 어떻게 학교 일과 대학원 공부를 함께 하고 계신지 자랑스럽고 그런 선생님이 저한테 있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그 후 연희는 영어학원을 다닌다는 소식을 비롯해 대학입학과 두 남자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몇 차례 편지를 주고 받던 어느 날 호주에 있는 연희의 언니로부터 예기치 않은 편지가 도착했다.
“연희가 장래 반려자를 택하는데 일단 상대방에 대해 알아보는 마음으로 사귀며 형부와 언니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편지를 선생님께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연희는 선생님 말씀을 누구보다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편지한 것은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후 연희는 한국 전통예술계에 종사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국내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나의 그림 전시회 팸플릿을 두 번인가 보낸 후 갑자기 소식이 끊겼다. 30여년전 제자 연희, 그리고 수많은 제자들과 함께 했던 신촌초. 운동회 덤블링 가장행렬, 성동산 소풍, 학교 동산 솔밭 등등 추억을 간직한채 지금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