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말하는 사진(四診)은 바라보고, 묻고, 듣고, 만지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단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의사의 진단이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시작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네 가지 진단법은 바라보는 시각, 묻고 듣는 청각과 후각, 만지는 촉각으로 인체 감각과 연결된다.
우리 인체를 기계적으로 바라본다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센서들로 이루어져 있다. 눈을 통해 쉴새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각센서, 소리를 듣는 청각센서, 냄새를 맞는 후각센서와 피부에 퍼져 있는 촉감센서. 이러한 센서들은 인체 곳곳에서 새로운 환경과 사물에 적응하게 해 준다.
한의사는 자신의 감각을 한의학적 지식과 접목하여 극대화 함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판단한다. 사진법은 유구한 한의학적 역사만큼이나 긴 세월 동안 경험을 통해 축적되어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법은 한의사의 주관적인 감각기관을 이용하므로 보여지지 않고 설명할 수 없어 객관적인 진단을 확신할 수 없다. 진단은 진료의 기초이며 치료의 지침이다. 따라서 객관성을 갖춘 한방진단기기 개발이 필수불가결하겠다.
앞으로 개발될 한방진단기기는 사진법에 근거하여 한의사의 감각을 모방한 인체 감각형 진단기기가 되어야 한다. 이미 개발된 한방기기들은 대부분 한의사의 특정 감각에 편중된 기기들이 대부분이었다. 한의사의 촉감을 활용한 맥진기, 시각을 활용한 안면진단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의사가 실제로 진료실에서 진료를 할 때는 하나의 감각만을 활용해 진단하지 않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 진찰하고 진단하므로 지금의 기기들은 그 결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객관성을 갖추고 한의사의 진단을 모방할 수 있는 진단기기 개발을 위해서는 통합 인체 감각형 진단기기 형태가 필요하다. 안면진단, 설진, 체형진단이 가능한 망진(望診)부, 음성, 호흡, 체취진단이 가능한 문진(聞診)부, 맥진, 복진, 피부진단이 가능한 절진(切診)부, 소화상태, 대소변, 오장육부 이상증후를 체크할 수 있는 문진(問診)부가 통합된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여러 개의 센서가 진단에 필요한 적절한 위치에 자리해야 하며 실시간으로 처리되어 진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한의학은 더 이상 국내의 학문에 머무르고 있지 않다. 미국의 대체의학시장은 폭넓은 투자와 지원으로 체계를 잡아가고 있으며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경제성장과 함께 중의학에 투자하고 있다. 서양의학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의료의 방법으로서 한의학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한의진단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진단의 가치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첨단센서를 활용한 통합 인체 감각형 진단기기 개발이 요구되며, 이는 세계 한방의료기 시장 진출에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