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소시모)은 지난해 10~11월에 전국 도시 지역에 사는 만 20세 이상 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구입 및 판매 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지난 1월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일반의약품 구입 시에 불편한점으로 ‘야간이나 공휴일에 구입할 수 없다’는 의견이 가장 많아 공휴일이나 야간에 약을 사러 약국을 찾아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이 64%나 되었다고 한다. 소시모는 이같이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은 야간이나 공휴일에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이외의 장소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야간 진료 시에 아쉬운 부분이 단순한 진통제 복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자도 꽤 많다는 점이었다.
현행 약사법에는 약국과 의료기관에서만 의약품을 조제, 판매할 수 있게 돼 있다. 아마도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다 보면 과다복용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되어 약사의 복약지도 자체가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을 굳이 약국에서만 판매토록 하는 것이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어 보인다.
또한 2000년도 의약 분업을 처음 실시할 때 정부와 시민단체, 의사, 약사계가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 허용을 이미 합의하였던 사안이었다. 이제라도 늦긴 했지만 일부 소화제나 진통제, 영양제 등을 좀더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소비자들이 무분별하게 약품을 선택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전제가 이루어져야한다.
첫째,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되어 있는 현행 의약품 분류체계를 다시 만들어 처방의약품과 비처방의약품으로 또 비처방의약품 중에 일부 안전성이 검증된 약품은 슈퍼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약국에서만 구입 가능케 하며 의사의 처방권과 약사의 조제권 안에 확실하게 묶어 놓아야한다.
둘째, 일반의약품의 올바른 구매와 사용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있어야한다. 현재 소비자들의 의약품에 대한 지식은 대중광고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정도뿐이어서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소시모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70%정도가 약국에서 일정 브랜드의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려 할 때 약사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도록 권유받았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교육의 부족을 뜻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셋째,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성분, 효능, 적응증, 부작용등을 포장 용기나 겉포장에 표시해야한다. 현행 의약품의 설명서는 용기나 포장 속에 작은 글씨로 쓰여 있거나 외국어로 표기된 경우도 있어 알아보기 쉽지 않고 읽어 보기에 짜증스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구입한 의약품의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과다한 양을 구입하여 다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되지 않도록 포장단위를 최소화해야한다.
검증된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을 찾아 방황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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