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 문제를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유원섭 교수(사진)는 17일 오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무료진료소 `희망진료센터’ 의료토론회에서 대전지역 노숙인을 직접 면접 조사한 ‘대전시 노숙인들의 건강문제와 사회적 지지체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누가 노숙자가 되는지와 이들을 지원할 사회 안전망 확보 방안 등의 연구 사례가 실제 노숙인 면담을 통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유 교수는 쪽방생활자 최 모(50)씨와 거리노숙인 이 모(38)씨 등 2명을 직접 면담하고 이들이 어떻게 의료서비스 지원을 받는지 여부를 심층 분석했다.
사업 실패 후 1998년 부인과 이혼한 최 씨는 현재 대전시 동구 중동의 월세 13만원짜리 쪽방에서 동료 1명과 함께 거주하면서 월급 60만원의 주차장관리원과 모텔관리원 등을 전전해왔다.
최 씨는 2000년 노숙인 쉼터에 입소하면서 결핵과 당뇨병 진단을 받고 2004년에는 급성 심근경색증까지 앓게 됐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당뇨는 약물치료만 받고 심근경색도 심장재단의 무상지원으로 1차 수술만 받았으며 2차 수술도 무상으로 지원된다는 사실을 몰라 결국 2차 수술은 포기했다.
거리노숙인 이 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2003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2004년에는 말기 간경화와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았으나 오랜 노숙인 생활로 복수가 심하게 차올라 최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장애등록을 하면 의족을 무료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고 간경화 진단 이후에도 계속 술을 마셨으며 건강검진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데다 사회복지사나 쪽방상담자를 만나본 적도 없었다.
유 교수는 면담조사를 통해 “노숙인은 가족이나 의료기관, 시민단체 등의 지지체계와 단절돼 병을 체계적으로 치료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며 “기존 사회안전망이 존재해도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사회 안전망 확보 및 지자체의 법적 근거를 갖춘 조례 제정 등의 노력을 촉구했다.
유 교수는 또 노숙자 발생 유형에 대해서도 노숙의 원인을 빈곤과 주택으로 꼽았고, 또 다른 이유는 소득분배구조 악화 및 사회보장 제도의 취약함을 들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 노숙인의 급격한 증가가 국내 노숙 발생의 대표적 사례라 설명했다.
한편 전국실직노숙인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노숙인은 4716명(쉼터 노숙인 3183명, 거리노숙인 1533명) 등이며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전지역은 지난해 3월 현재 쉼터 노숙인 97명, 거리 노숙인 95명 등 모두 192명이나 현장 활동가에 의하면 실제 규모는 400~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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