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지능적
2004년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단돈 120만 달러(약 12억원)의 제작비로 100배에 가까운 1억291만 달러(약 1029억원)를 벌어들여 신세대 슬래셔 무비의 가능성을 열었던 ‘쏘우’. 그 속편이 개봉됐다.
밀폐된 공간, 제한된 시간 그리고 살인 게임 이면에 숨은 비밀이라는 삼각 공식은 속편에서도 계속된다.
형사 에릭(도니 월버그)은 지능적 살인마 직소(토빈 벨)를 예상외로 쉽게 체포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직소는 평소 에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에릭의 아들 대니얼과 다른 사람 7명을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가두고 게임을 제안한다. 폐쇄된 공간은 3시간 뒤엔 열리지만 흘러나오는 독가스는 2시간이면 모두를 죽일 것이다. 살아날 방법은 숨겨진 해독제를 찾는 것. 게임에 걸려든 8명은 아비규환의 상태에 빠져든다.
제임스 원 감독에게서 메가폰을 이어받은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은 전편이 걸었던 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수천 개의 주삿바늘이 몸에 꽂히는가 하면, 시퍼런 대못이 촘촘히 박힌 도륙방망이까지 등장하는 등 전편의 악취미도 대물림한다.
다만 전편이 보여주는 잔혹에 치중했다면 ‘쏘우2’는 오감을 자극하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 같은 끈끈한 감성의 잔혹으로 진보했다.
죽음을 앞둔 인간이 드러내는 저주스런 본성을 잡아내는 발작하는 듯한 카메라 워크, 영화 속 시간의 흐름과 편집의 리듬을 교묘하게 재배치하는 전략도 한 발 더 나아간다.
희생자 8명이 대니얼을 제외하고는 바로 에릭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었던 전과자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게임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범인 직소가 초반부에 잡혔으니 게임만 충실히 따라가면 될 것이란 생각은 금물. 안심하고 있다가는 전편 뺨칠 정도로 기상천외한 반전이 뒤통수를 친다.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 그러나 ‘쏘우’에선 믿지 말라. 이 충고는 속편에서도 유효하다.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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