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감] 구로공단 벤치마킹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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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감] 구로공단 벤치마킹의 필요성

  • 승인 2006-02-17 00:00
  • 유영돈 경제부장유영돈 경제부장
▲유영돈 경제부장
▲유영돈 경제부장
대전 1.2 산업단지 이전문제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여러 후보들의 선거공약으로 등장했던 이 문제는 대전시의 가장 골치 아픈 현안중의 하나다.

수출증대와 고용증진 등 대전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 60년대말 세워진 1.2산업단지는 그동안 대전 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전시의 급속한 팽창에 따른 유입인구 증가와 시가지 확대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는 산업단지가 되었다. 특히 서구 둔산동과 대덕구의 중리동 법동과는 지근거리로서, 환경오염 유발과 도시미관 저해 등 주민들의 불만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때 대전 경제 부흥지라는 영화(榮華)는 덧없고 이젠 말그대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형국이다.

공단내 업체들 역시 고민은 만만치 않다. 언제부터인가 공단이전을 둘러싼 각종 제안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거금을 들여 시설을 현대화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존의 전통산업을 접고 이른바 한창 뜨는 IT, BT 등으로 업종을 전환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 1일 본보 1면 보도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대전 1?산업단지내 업체들이 줄줄이 타 시?도??이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름만 대면 바로 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공장은 물론 몇몇 중견업체들이 비밀리에 충북 청원이나 경기도 등지로 이전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계획이 계획으로 끝나지 않고, 실행에 옮긴다면 대전경제로선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공장에서 일하던 수많은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것이고, 자치단체 세수(稅收) 역시 크게 감소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외지 기업 한곳 유치하기도 아쉬운 마당에 잘 나가던 지역 업체들을 외지로 빼앗긴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대전시와 대덕구 그리고 입주업체들은 그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대책마련에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공장 대체부지 조성및 철거와 이전에 따른 자금지원, 또 도시계획 차원의 각종 규제 완화 등…. 하지만 이런 산적한 과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사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한발씩 양보하며 풀면 되는 일이다.

또 굳이 공단내 모든 업체들의 이전만을 전제로 한 대책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도심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일부 업체는 행정관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시외곽 지역으로 이전케 하고, 나머지 업체를 대상으로 공단의 재정비도 모색해 볼 만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산업공단 대명사로 불려온 서울의 옛 구로공단의 변신이 바로 좋은 예다. 지난 2000년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꾸며 공단을 탈바꿈한 구로공단은 지금 상전벽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굴뚝공장은 크게 줄어들고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형 공장이 곳곳에 들어섰다. 또 기업들의 입주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입주업체 712개사, 근로자 3만2958명이었던 것이 불과 5년만에 업체수 5132개사, 근로자 7만1200명으로 급성장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천지개벽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대전도 구로공단의 대변신을 ‘강 건너 불’로 볼일이 아니다. 철저하고도 정확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아니 어찌보면 이 방안이 대전 1?산업단지 이전을 둘러싼 여러 난제와 갈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아닌가 싶다.

경제의 성장엔진이자 고용 창출의 근간은 바로 기업 활동이다. 기업이 우리 지역을 떠나고 난뒤 ‘지역 경제 활성화’등 구호는 한낱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우(愚)를 이제 또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대전시와 대덕구 등 행정관서와 당사자격인 공단내 업체들의 현명한 판단이 그래서 더욱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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