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겨울 걷어내고… 희망 씨앗 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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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준비에 바쁜 ‘도심 속 농촌’ -대전 중구 무수동

  • 승인 2006-02-17 00:00
  • 글=윤희진 기자 사진=박갑순 기자글=윤희진 기자 사진=박갑순 기자
자식같은 농기계 손질하느라 ‘구슬땀’
부추재배 하우스 점검 ‘봄기운 가득~’




봄이 다가온다. 2006년 곳
곳에서 들려오는 봄 소리에 농촌 들녘도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올해에도 어느 누구보다 먼저 기지개를 펴며 봄맞이에 바쁜 대전시 중구 무수동.

이곳은 보문산 앞에 자리잡은 대전의 대표적인 농촌이다. 보문산 뒤쪽에 있는 대전시내와 달리 이 지역은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이곳에서는 이미 봄이 시작됐다. 봄을 준비하는 농민들 앞에 겨울은 그저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에 불과하다.

60여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권선도(68)씨 역시 봄맞이에 한창 바쁜 농민중 한 명이다. 올해에는 3000여평의 논농사와 700여평의 부추작물 재배가 그의 목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대논을 포함, 5000여평에 달하는 논농사를 지었지만 갈수록 쉽지가 않단다.

그의 집 앞 마당에는 벌써 트랙터 등 갖가지 농기계들이 즐비하다. 지난해부터 말라 붙어있는 진흙들이 권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내(65)와 단 둘이서 농사를 짓는 그에게 농기계들은 자식과 다름없다.

권씨는 “그래도 지금까지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 건 다 이 놈들 덕분”이라며 “올해에도 이놈들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추운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옷을 벗더니 온종일 농기계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한참동안 농기계와 씨름하더니 갑자기 버섯을 재배하는 곳으로 직행, 지난해 썼던 차양막을 걷어치우는 등 잠시도 쉬지 않는다.

부추작물로 지난해 ‘재미좀 봤다’는 권평원(67)씨. 그는 800평에 달하는 하우스에서 부추재배 준비에 한창 바쁘다. 바깥과 달리 하우스 안은 완연한 봄기운이 감돌았다.

지난해 심었던 부추들을 모두 제거하고 겨울동안 내린 눈을 견디느라 힘들었을 하우스 곳곳을 점검한다. 그나마 지난 2004년처럼 폭설이 아니라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녹슨 철사를 교체하고 흔들리는 나사를 다시 조이며 하루종일 하우스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한 해 그가 부추로 벌어들인 수익은 모두 1000여만원. 물론 순수익은 그보다 적다. 그래도 그의 자랑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1년에 6번 정도의 부추재배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얼마되지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다”며 “늙어서 함께 놀러다닐 수 있을 정도니 충분하다”고 말했다.

부추와 달리 논농사는 수익이 거의 없다. 그저 수십년동안 정성을 들여 아껴온 정(情) 때문에 올해에도 농기계를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권선도씨는 지난해 5000여평의 논농사를 지었지만 남은 것은 말 그대로 가족들이 1년동안 먹을 정도다. 액수로 치자면 100여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권평원씨 역시 마찬가지다. 임대농까지 모두 4000여평을 지었지만 소득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은 농촌과 농민을 대표하는 것은 여전히 ‘쌀’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비록 당장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절대 논농사를 그만둘 수가 없다.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절대 논농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땅에서 쌀이 사라져서는 결코 안되기 때문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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