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히 풀린 날씨에 봄 기운이 새록 새록 솟아납니다.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을 넘고 보니 만물이 소생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더욱 뚜렷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입김을 호호 불며 옷깃을 여미던 일이 엊그제 같은 데 어느 덧 춘심(春心)에 젖은 우리네 마음에도 희망의 새싹이 트고 있습니다.
대나무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도 어딘가 옅은 봄 냄새를 풍깁니다. 흙먼지 풀썩이는 마당가에는 따스한 햇볕이 마냥 좋은 듯 강아지가 뛰어 다닙니다.
마당가의 각씨붓꽃과 제비꽃도 배시시 웃으며 피어날 준비를 합니다.
노란 복수초가 어쩌면 제일먼저 인사를 하면 이어서 뒤질세라 처녀치마도 주욱 고개를 들겠지요.
졸졸 흐르는 개울가에는 버들 강아지가 물기가 올라 새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꽃망울이 터져 나올 것입니다.
얼었던 땅속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힘이 느껴집니다. 어떠한 힘으로도 막지 못하는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입니다.
봄기운을 느낀 농민은 농사준비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농기계를 만지는 손에 풍년농사의 꿈이 배어 나옵니다.
유통가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겨울용품을 치우고 봄 상품으로 새 단장하느라 분주합니다. 의류매장의 코디네이터는 일찌감치 봄을 맞았습니다. 올 봄에 유행할 의상 전시를 끝내놓고 봄 상품 손님맞이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꽃집도 바쁘긴 마찬가지입니다. 화사한 봄꽃이 담긴 화분이 꽃집을 가득 메웠습니다. 학교 졸업식 등에 선물할 예쁘게 포장된 꽃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 줍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꽃을 보노라면 봄을 인도하는 ‘전령사’ 같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은 아이들은 마냥 봄을 기다립니다. 학교생활의 기대감 때문이지요. 이미 엄마, 아빠가 사준 학용품과 가방을 만지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봄 햇살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때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에 귀기울이며 새로운 친구도 사귈 것입니다.
우리 모두 봄기운을 느끼며 마음껏 기지개를 켜 볼까요. 한겨울동안 쌓였던 묵은 때는 훌훌 털어버리고요.
사진=이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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