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꾸로 가는 지방분권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거꾸로 가는 지방분권

  • 승인 2006-02-16 00:00
  • 전창곤 프랑스문학박사. 전창곤유럽문화예술연구소전창곤 프랑스문학박사. 전창곤유럽문화예술연구소
며칠 전 한 TV방송에 ‘행정구역이 개편되고 시·도가 없어질 것’이라는 뉴스를 봤다. 그저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많은 법안이나 개편안의 하나겠구나 하고 지나칠 참이었다. 이후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을 통하여 “이번 개편 논의가 현실화된다면 지방자치는 왜소화되고 거꾸로 중앙정부의 비대화로 귀착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접했을 때 사안의 중요성을 감지한 셈이다.

이 말대로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의도가 강력한 중앙정부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데 있다면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지방자치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마련 중인 이 개편안의 골자는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폐합해 인구기준 100만 명 이하의 광역단체 60~70개를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기본법이 통과되면 현재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로 돼 있는 지방행정체제가 2010년 7월부터 2단계로 줄어들고 시·도지사 선거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이 중요한 법안이 TV나 일간지에서 그리도 간단히 취급된 점도, 그리고 모든 면에 반대 입장을 내세우기 일쑤였던 여야가 서로 ‘공감’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 보통사람 눈에는 수상하기만 하다. 행정도시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를 친 연후 이제나 적당히 ‘재단’된 도시의 실체에 익숙해져 가는 마당에, 그러면 요 며칠 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한 충남도청 이전계획은 이 법안에 의하면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게 아닌가? 도지사가 없는 도청? 이번엔 굳이 위헌재판소에까지 가지 않더라도 답은 뻔해 보인다.

민주주의에 있어 지방분권은, 그 체제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제도이기 이전에 그 체제를 생성해낸 가장 주된 버팀목이다. 시민들의 의견과 결정을 수렴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그 것이기 때문이다. 학업 때문에 장기간 체류한 프랑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방분권의 개념은 근대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부터 시작된다. 1789년 말 혁명공회는 프랑스를 파리와 80개의 데빠르트망(지역·departement)으로 나눈다.

그 당시 벌써 법안 제안자인 투레(Thouret)의 지리적 분할과, 이에 반대해 각 지역의 역사 유산과 과거의 지역개념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미라보(Mirabeau)의 의견이 의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 점은 2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에도, 우리 국회의원들이 현재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여전히 유의하여야 할 점이다. 프랑스의 경우도, 모든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폴레옹의 등장과 연이은 왕정복고, 그리고 근대에 수많은 전쟁 상황들은 지방분권의 순조로운 정착을 때때로 지연시키기는 했지만 절대로 그 큰 흐름을 역류시키지는 못한다. 현대에 들어와 1968년의 학생혁명과 1981년의 사회당 정부집권은 지방분권으로의 흐름에 박차를 가했고, 현재도 집권당의 색깔구분 없이 이 대세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거론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이처럼 몇 사람이 밀실에서(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국민들에게 배포된 정보의 양은 이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교롭게도 요즈음 중앙일간지를 도배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능과 부패 양상을 드러내는 기사들은 사전 언론정지(整地)작업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고, 더욱이 여기저기 수군대는 것처럼 대권을 꿈꾼다는 몇몇 시·도지사들의 위세(威勢)를 애초에 거세하려는 의도가 이 법안의 동기가 됐다면 정말로 크게 우려할 점이다.

현행제도를 고쳐야 한다면, 본래 그 권한이 비롯되는 국민 모두에게 그 상세한 내용을 알리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 대표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의무다. 그 역할을 거꾸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정치인들이 숙고할 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