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세상의 소금 노릇을 제대로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성경의 다음 구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개 이 구절을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권고로 이해하지만, 문맥상으로 보면 짠 맛을 잃은 소금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로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단체들이 소금의 짠 맛처럼 그들의 본질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작년에 대전지역 건설업체와 시청공무원의 유착비리, 그리고 현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아예 외면하거나 상당 기간 침묵하다가 여론의 채근을 받고서야 뒤늦게 목청을 높인 것은, 소금이 그 맛을 잃은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여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시민단체가 이처럼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리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공존한다면, 언젠가는 맛을 잃은 소금처럼 시민들에게 버림받게 될 것이다.
제 맛을 잃은 소금은 썩은 바닷물에 쉽게 동화된다. 우리는 이를 사회운동가의 화려한 변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으로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주도했고 또 경실련 초대 사무총장으로서 국가보안법으로 민주주의를 압살하던 독재정권에 적극 저항하던 서경석 목사가, 이제는 북한 인권을 이유로 반북활동의 선봉이 되고 국가보안법 사수에 앞장서는 것을 보라. 또한 요즘 누리꾼들에게 헌법소원 중독자로 풍자되는 이석연 변호사의 변신은 얼마나 놀라운가. 그는 정치적 중도와 법치주의, 그리고 시장경제질서를 표방하며, 각종 돌출 발언으로 시민단체들의 편 가르기에 악용되는 등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그에게 경제는 민주주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파적 자본주의와 좌파적 분배철학의 결합인 복지국가의 이상도 위헌이다. 그는 정직하지만 정의롭지는 못한 듯하다. 그래서 쉽게 스스로의 과거를 부정하며 상대방에게 동화되어 버린다.
민족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흥사단대전지부 회장을 4년이나 역임한 현 교육감의 변신 또한 놀랍다. 그는 두 차례의 선거법 위반으로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사죄하기는커녕 지역 교육발전에 기여한 점을 법원이 고려하지 않았다고 거칠게 항변했다. 아름다워지려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우리 사회의 소금을 자처하던 시민활동가들의 이런 변신 또한 정녕 무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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