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인권 쉴곳 어디에…

  • 사회/교육
  • 노동/노사

짓밟힌 인권 쉴곳 어디에…

벽을 허물자 외국인노동자는 우리이웃 <1. 이주노동자 실태>

  • 승인 2006-02-15 00:00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대전. 충남 외국인노동자 2만여명 추정
임금체불. 인권유린 등 한국생활 3중고
지방정부, 기본적인 건강권부터 보장을




대전·충남지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임금체불과 노동력 착취, 부당한 차별 대우에다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하는 등 2중3중고를 겪고 있다. 중도일보는 오는 26일 MBC, 아리랑TV, 디트뉴스24,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의 아픔과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주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대전·충남지역 외국인노동자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결연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본지는 이들의 생활실태와 과제, 호스트 패밀리의 필요성 등을 시리즈로 마련했다.

“4년7개월 동안 미등록 신분으로 일했습니다. 이제 8월에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회사에서는 미등록 신분이었기 때문에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도와주세요.”

2005년 9월 중순 어느날 대전·충남외국인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소장 김봉구·외노센터)에는 30대 초반의 한 베트남 노동자가 찾아와 퇴직금을 받아 줄 것을 호소했다.

외노센터는 “외노센터를 방문하면 노동청에 진정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외노센터를 찾은 카자흐스탄의 한 노동자도 “인천에서 일하다 허리 수술을 받았으나 요즘 재발해 많이 아프니 도와 달라”고 했다. 이처럼 요즘 대전 대덕구 대화동 소재 대전·충남 외노센터에는 진로와 거취 문제, 의료상담 등을 위해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대전· 충남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4569명(39%)으로 가장 많고 네팔 1896명(16%)·우즈베키스탄 1658명(14%)·베트남 842명(7%)·필리핀 470명(4%)·중국 456명(4%) 등의 순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대전 2684명(23%)·연기 2340명(20%)·금산 1759명(15%)·청원 1026명(9%)·옥천 1007명(9%)·논산 815명(7%)·부여 735명(6%)·공주 659명(6%)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은 86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이후 코리안 드림의 꿈을 품고 중국 동포를 비롯해 아시아, 남미, 멀리는 아프리카로부터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한국 땅을 밟기 시작했다.

우리사회의 발전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한국에서 일하기를 원했으며, 그런 외국인노동자들이 이젠 국민의 1%인 40만명을 넘으면서 새로운 우리의 ‘이웃’이 됐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의 한국 비자기간은 3년으로 제한돼 있어 이를 넘길 경우 불법체류자로 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피생활을 해야 한다.

한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들에게 진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해 처음 고국을 떠날 때 목표했던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비자 기한(3년)을 넘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내 생활중인 외국인노동자 중 50%가 불법체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특히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은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다보니 이를 악용한 국내 일부 악덕기업의 인권 유린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수많은 법적, 제도적 문제에 봉착해 있고, 이로 인한 노동조건이나 임금 체불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권 보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미비한 수준이어서 대신 민간이 이를 떠맡고 있다. 지난해 1월17일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 문을 연 대전충남 외노센터의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는 개소 후 1년 동안 17개국 836명에게 926건의 진료를 했다. 이는 대전충남지역 2만여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비롯한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과 예산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이들의 건강권 보장은 기본권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뿌리이고 국가 발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대전충남지역의 2만여 외국인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지방정부의 무책임과 외면 속에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 다민족 공생의 성숙된 사회 구현을 위해 지방정부가 앞장서 이들의 건강권과 사회권, 인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