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인권유린 등 한국생활 3중고
지방정부, 기본적인 건강권부터 보장을
대전·충남지역에 살고 있는
“4년7개월 동안 미등록 신분으로 일했습니다. 이제 8월에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회사에서는 미등록 신분이었기 때문에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도와주세요.”
2005년 9월 중순 어느날 대전·충남외국인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소장 김봉구·외노센터)에는 30대 초반의 한 베트남 노동자가 찾아와 퇴직금을 받아 줄 것을 호소했다.
외노센터는 “외노센터를 방문하면 노동청에 진정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외노센터를 찾은 카자흐스탄의 한 노동자도 “인천에서 일하다 허리 수술을 받았으나 요즘 재발해 많이 아프니 도와 달라”고 했다. 이처럼 요즘 대전 대덕구 대화동 소재 대전·충남 외노센터에는 진로와 거취 문제, 의료상담 등을 위해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대전· 충남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4569명(39%)으로 가장 많고 네팔 1896명(16%)·우즈베키스탄 1658명(14%)·베트남 842명(7%)·필리핀 470명(4%)·중국 456명(4%) 등의 순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대전 2684명(23%)·연기 2340명(20%)·금산 1759명(15%)·청원 1026명(9%)·옥천 1007명(9%)·논산 815명(7%)·부여 735명(6%)·공주 659명(6%)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은 86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이후 코리안 드림의 꿈을 품고 중국 동포를 비롯해 아시아, 남미, 멀리는 아프리카로부터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한국 땅을 밟기 시작했다.
우리사회의 발전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한국에서 일하기를 원했으며, 그런 외국인노동자들이 이젠 국민의 1%인 40만명을 넘으면서 새로운 우리의 ‘이웃’이 됐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의 한국 비자기간은 3년으로 제한돼 있어 이를 넘길 경우 불법체류자로 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피생활을 해야 한다.
한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들에게 진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해 처음 고국을 떠날 때 목표했던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비자 기한(3년)을 넘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내 생활중인 외국인노동자 중 50%가 불법체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특히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은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다보니 이를 악용한 국내 일부 악덕기업의 인권 유린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수많은 법적, 제도적 문제에 봉착해 있고, 이로 인한 노동조건이나 임금 체불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권 보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미비한 수준이어서 대신 민간이 이를 떠맡고 있다. 지난해 1월17일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 문을 연 대전충남 외노센터의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는 개소 후 1년 동안 17개국 836명에게 926건의 진료를 했다. 이는 대전충남지역 2만여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비롯한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과 예산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이들의 건강권 보장은 기본권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뿌리이고 국가 발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대전충남지역의 2만여 외국인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지방정부의 무책임과 외면 속에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여론이다.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 다민족 공생의 성숙된 사회 구현을 위해 지방정부가 앞장서 이들의 건강권과 사회권, 인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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