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에 따라 대전의 신흥 주거지로 부상하고 있는 유성구 반석동 노은2지구에 위치한 외삼중학교(교장 김명순). 학교체육관에 붙여진 ‘외삼생명관’이라는 명칭이 학교특색을 대변한다. 작년 3월 개교한 외삼중은 노은지구 공동주택단지의 인구유입으로 개교초기 420명의 남녀 학생에서 올해는 420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지역 중심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외삼중에는 자연사랑과 따스함이 깊게 묻어난다.
본관 입구 공간을 활용해 꾸며진 아담한 갤러리에는 어린학생들의 소질이 담긴 전시 작품이 문화예술의 힘까지 느끼게 해준다. 교육부로부터 지난 해 ‘ICT국제 교류협력학교’ 연구학교로 지정돼 외국학교 학생과의 상호교류도 활발하다.
현대식 교육시설과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는 외삼중학교. 뛰어난 하드웨어 조건과 함께 이 학교에는 인성교육을 향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있다. ‘생명외경사상’을 심어주는 ‘1인 1생명체 가꾸기’와 인생목표를 지도해주는 ‘외삼사랑강좌’는 인성교육의 실천장이다.
‘1인 1생명체 가꾸기’ 운동
교실안 화분. 곤충집 어항등 가득
‘생명체 존중’ 인성교육 바탕으로
자연 가꾸고 대화하며 소중함 배워
이 학교 교실에는 사시사철 독특함이 있다. 바로 각 교실의 한 켠에 놓여진 화분과 곤충집, 어항 등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화분 속에는 예쁘게 핀 꽃들이 학생들을 향해 환하게 웃는다. 곤충집에는 장수풍뎅이가 기어다닌다. 각종 물고기는 어항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햄스터는 챗바퀴를 돌며 재롱을 부린다. 교실안에 사람과 함께 자연의 생명체가 살아 숨쉰다.
이 학교 학생들이 펼치고 있는 ‘1인 1생명체 가꾸기 운동’의 실천현장이다.
학생들은 휴식시간에 이들 다양한 생명체를 관찰하며 사랑의 대화를 나눈다. “내가 집에 간 뒤 쓸쓸하지는 않았니? 집에 있으면서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 지 몰라”하고 말이다. 학생들은 또한 각자 소중히 하고 싶은 생명체를 가까이하며 생명의 신비함을 체험한다. 그리고는 생명체와 끊임없는 대화를 갖는다.
그 모습은 다정한 친구같이 비춰진다. 생명체와의 대화는 곧 친구삼기다. ‘생명체 존중’을 학생들이 직접 몸으로 체득하는 이같은 광경은 이 학교에선 쉽게 볼 수 있다.
‘1인 1생명체 가꾸기 운동’은 작년 개교 때 부임한 김명순 교장의 철학이 담긴 교육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생명체 사랑과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김교장의 신념이 교육현장에 접목된 것이다. 미물과도 대화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하물며 인간을 대할 때 악하게 하거나 해를 끼칠까? 바로 ‘1인 1생명체 가꾸기’ 를 통한 인성교육이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가늠케 한다. 학생들은 공기, 새, 나무, 책걸상, 옷 등 우리 주변의 모든 물체에는 나름대로 역할과 생명이 숨어있다고 보고 관찰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진리는 변하지 않듯이 교육에서도 바른 인간양성은 변하지 않는다. 외삼중학교가 ‘1인 1생명체 가꾸기’운동을 펼치는 것도 바로 작은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고 가꾸는 실천을 통해 인성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래발전 희망주는 ‘외삼 사랑강좌’
자기변화 동기 마련위해 강좌 추진
자원봉사 학부모 초빙 20여회 강좌
진로지도. 학습방법 등 학생에게 전달
학교 본관 1층에는 72석 규모의 시청각실이 있다. 이곳에선 매주 학생대상 교양강좌가 실시된다. 바로 ‘외삼사랑강좌’이다. 많은 이들이 학교 교육이 무너지고 가정교육은 부재중이라고 염려한다.
그래서 이 학교에선 학생들이 자기변화의 동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6월 ‘외삼사랑강좌’를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 또한 김교장의 의지가 스며있다.
강사를 초빙해 작년에 강좌를 펼친 것만도 20회. 학교측은 올해엔 30회 정도 강좌를 가질 예정이다.
강좌는 학생과 강사들의 일정에 따라 변동되기도 하지만 매주 수요일 오전 8시15분부터 9시까지 외삼사랑홀에서 진행된다. 이 강좌는 희망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강사는 자원봉사자로 이뤄진다. 대부분이 학부모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외삼사랑강좌’는 학생들에게 강사의 전문지식을 심어주려는 것이 아닌 동기부여가 주목적이다. 교수,의사, 연구원,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 학부모 강사들은 미래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학생도 강사로 선다.
작년 열린 ‘왜 외고에서 공부하는 가’라는 강좌에선 외국어고 학생이 나서 자신의 경험담을 전달해 줬다. 학교는 이를 통해 특목고의 진로지도와 학습방법의 기회를 생생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화술전문가’인 윤치영 대전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도 학부모 자격으로 강의를 펼쳤다.
외삼사랑강좌는 이처럼 전문성과 교양을 겸비한 다양한 계층의 강사가 교양과 상식, 사회적 경험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하다 보니 인기가 높다.
작년 학생과 교사, 학부모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호응을 얻었다. 학생들은 소감문에서 간접 경험을 통해 창의성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계기가 됐다고 적고 있다.
평생교육프로그램이 학교에서 꽃피고 있는 장면이다.
김명순 교장 인터뷰
“생명사랑운동 통해 학생 정서함양 박차”
사색. 심미적 활동 통한 지도
인간 소중함. 예절 이끌어내
학교경영가치 따른 교육 초점
“모든 물체에는 그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 역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게 생명사랑이고, 궁극적으로 인간사랑입니다.”
김명순(56·사진)교장의 인성교육관은 너무나 명료하다. 그는 생명뿐 아니라 무생물이라도 가치가 있는 사물은 생명이 있는 것이며 가치있는 모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시작은 친구, 이웃, 국가, 세계를 아우르며 사랑할 수 있는 씨앗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교경영가치도 ‘외삼생명사랑운동’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생명사랑운동을 통해 인간존엄성과 예절있는 삶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김교장은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싸우지마라’, ‘용품을 아껴써라’ 등 너무 목적적이고 지시적인 위주로 가르치고 있다”며 “정적이며 사색적, 심미적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이끌어 내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교장은 “1인 1생명체 가꾸기운동도 그런 취지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화분에 씨하나 심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빠트리지 않고 돌봐주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누가 무엇을 기르느냐 보다는 누가 생명체와 대화를 많이 나누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꽃을 보면서도 예사롭게 보지 않은 학생, 자연이 훼손되고 오염됐을 때 마음아파하는 그런 사람을 기르고 싶다”며 “학교는 그런 면에서 실험장소”라고 덧붙였다.
김교장은 세계시인협회와 대전문학회에서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명순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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