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지구상에 무한하게 존재하고 핵융합반응은 환경오염이 없기 때문에 소형 핵융합에너지발생장치 실용화는 궁극적으로 인류가 필요한 청정에너지를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들은 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었고 2005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건설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이 분야에서 후발 주자군에 속한다. 중국정부는 이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세계 최초로 핵융합에너지 실용화 기술을 내 놓을 위치에 있지는 않다. 초전도 핵융합에너지발생장치만 해도 규모는 작지만 이미 인도가 중국보다 먼저 실험장치를 건설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세계 최초의 장치로 선전하는 것은 중국이 그많은 돈을 들여서 유인 우주선을 하늘에 올리는 것처럼 중국의 거대한 과학기술 잠재력을 세계에 과시하고 국가의 힘을 높이기 위한 활동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중국이 연구개발의 결과물을 외교적으로 포장하는 전략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국무원은 2020년 중국이 세계 5위의 과학기술 강국이 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15년 동안 117조원에 해당하는 9000억 위안을 투자해서 레이저 핵융합기술을 포함한 8대분야 27개 기술을 먼저 개발해 자주창신(自主創新)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중국이 이제는 기술 선진국으로 거듭 나려는 노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대외관계협의회(CFR)는 이와 관련해서 중국 정치지도자들이 과학기술을 경제개발의 근간으로 삼고 있어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정치사회체제가 거침없이 중국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이상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직된 사회주의체제는 창조적인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국 어느 수준이상의 과학기술은 중국에서 나올 수 없다는 전망을 CFR의 애덤 시걸박사는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안 중국의 체제적 유연성을 보고 있다. 국영회사의 운영에 자본주의적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과감한 해외 인재유치활동을 펴고 있는 다른 얼굴의 중국을 우리는 보고 있다. 과학기술 선진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만만하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단지 선진국을 추격하는 과학기술정책만을 펴 왔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과 선진국을 추격해야 하는 위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추격하는 정책에는 효율적인 과학기술개발전략이 중요하게 요구되지 않았다. 선진국들이 먼저 가면서 남긴 발자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추월을 당하지 않고 추격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으로 국가과학기술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탁월한 전략가와 훌륭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 동안 이 분야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인력개발투자는 전무한 형편이었다. 따라서 이 문제는 2006년 제2기 과학기술부총리체제가 출범하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각되었다. 우리의 미래 과학기술 역사에는 결코 추월 당하는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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