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제안하고자 한다. 동광구는 동쪽의 빛이라는 뜻인데, 이미 동구에는 동광이란 이름을 딴 곳이 없지 않다. ‘동광초등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동구는 대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지역이다. 동구의 지명 가운데는 가양동, 자양동 등 햇볕의 의미가 담긴 지명이 많다.
중구(中區)는 보문산의 이름을 따서 보문구(寶文區)로 하면 좋을 것이고, 서구의 경우는 구의 경계를 새로 만들어 진잠 지역이 포함된 지역은 진잠구(진잠구)로 바꾸고, 현재의 둔산 지역은 둔산구로 바꾸는 게 낫다.
지금의 동구 중구 서구는 구(區)의 방위나 위치 개념에서 만든 것으로, 그 지역의 정체성이나 역사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과거 대전직할시로 승격될 때, 작명(作名)에 있어 시비 거리가 적은 방위개념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동구나 중구나 서구는 전국의 광역 도시마다 쓰고 있는 이름이다. 대전 동구를 모르는 사람이 ‘대전의 동구’라고 하면 그 이름에선 어떤 정보나, 심지어 지명으로 인한 이미지도 갖지 못할 것이다.
지방자치 이후 지역마다 정체성 찾기 운동이 활발하고, 그래서 각 지역의 상징물이나 로고를 제정하기도 하는데 동구나 중구 서구 같은 지명(地名)을 갖는 곳은 그런 점에서 아주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일뿐 아니라 비역사적이며 비문화적인 셈이다.
이 때문에 대구 광주 등 동서남북 방위 개념에서 구(區) 이름을 딴 지역에서 개명(改名)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지역의 뿌리를 찾는 의미로 역사성(歷史性)을 갖는 지명을 되찾는 운동이 되는 듯하다.
역사성의 문제를 따진다면 지금의 대덕구(大德區)도 회덕구(懷德區)로 변경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대덕구는 본래의 이름이 아니다. 대덕구에 포함된 회덕(懷德)이란 명칭이 본래의 이름이다. 회덕은 고려 태조 때부터 명명돼온 천년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보는 지명이다. 회덕은 조선성리학 특히 예학의 중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선비문화를 중흥시켜 조국에 충성하고 조상에게 효를 다한 회덕 향약과 회덕 향교, 그리고 그들의 선비 정신이 깃들어 있는 이름이다. 또 대전의 대표적 문화재로, 흔히 동춘당으로 불리는 보물 209호의 공식 명칭도 ‘회덕 동춘당’이다.
근래 개인의 이름 뿐 아니라 지명(地名)을 옛것으로 바꾸어나 바로잡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각종 서류의 전산화(電算化)가 진행되면서 개명에 따른 비용 문제가 과거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엔 지명을 바꾸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명을 검토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였던 게 사실이다. 몇 년 전 토론회에서 필자가 임영호 전 구청장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였을 때도 비용의 문제를 들어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문제는 크게 줄었으므로, 대전의 각 구(區)들도 제대로 된 이름을 갖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해 전에 대전을 태전(太田)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찬반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전 동구 중구 서구 대덕구 등 각 구청에서는 물론 5·31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은 지역의 유권자와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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