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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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 봄을 기다리며

  • 승인 2006-02-14 00:00
  • 이용웅 목요언론인클럽회원이용웅 목요언론인클럽회원
입춘과 우수의 절기가 있는 2월은 정녕 봄의 길목이다. 입춘 한파와 함께 강원 등 전국 곳곳이 눈으로 뒤덮여 한겨울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앞으로 있을 꽃샘추위 등을 감안하면 봄기운이 완연하기까진 아직 기다림이 남아 있다.

어릴 적 이맘때면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동네 또래들과 눈썰매 타기와 얼음지치기, 고무줄 총으로 새 잡기, 산토끼 몰이 등에 한눈을 팔았던 추억이 아련하다. 하루해가 왜 그렇게도 짧았는지, 개학(開學)이 싫어 겨울방학이 좀 더 길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해방과 6?5를 겪은 오늘의 50대 이상의 대부분은 대체적으로 이런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다. 일제의 수탈과 전쟁의 폐허 등으로 비록 배곯음 등 가난의 시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낭만과 호연지기와 소박한 꿈이 있었다.

어려웠던 그 시절의 소망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었다. 또 법보다 도덕과 양심과 의리가, 신용과 인정과 체면과 염치가 그런대로 살아 숨쉰 따뜻한 세상이었다.

입을 것, 먹을 것, 주거환경 등이 참으로 옹색했으면서도 부모와 어른에 대한 공경과 형제간의 우애, 이웃간의 정 나눔은 돈독했다.

그러나 오늘의 세상은 딴 세상이 돼버렸다. 낮은 토담은 높은 벽돌담으로, 문도 사립문 대신 철대문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도둑은 못살던 때보다 더욱 활개를 치고 훔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폭력으로 빼앗고 인명 살상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옛날보다 살기가 좋아졌는데도 말이다. 아니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물질의 풍요로움은 오히려 황금만능과 물질 지상주의를 낳았고 더불어 잘 살기보다는 무한 경쟁시대에 나 혼자, 우리만 잘 살아 보겠다는 개인 및 집단, 지역 이기주의가 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빈부 격차의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면서 화풀이식 불특정 살인, 강도, 방화 등 각종 강력 범죄가 흉포화 되고 있고 냉혹한 사회를 비관한 자살사건과 부모를 버리거나 살해하는 패륜사건 또한 날로 늘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는 100만 명 이상의 청년 실업자들이 직장을 못 구해 애를 태우고 있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푸대접은 개선되지 않은 채 4000만~5000만원, 아니 억대 연봉자들이 더 많은 페이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아이러니가 되풀이 되고 있다.

어찌 이뿐인가? 국민의 공복임을 자처하는 자들이 철 밥통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인사 비리와 인허가 과정에서의 뇌물수수 등 각종 부정 부조리도 제대로 척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빈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증세 계획이 발표되면서 국민적 저항이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맞벌이 부부 가구와 자녀가 1~2명인 가구의 근로소득에 대한 추가공제 혜택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5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지만 1200여만 근로소득자 중 500만~600만 가구가 소득 수준에 따라 4만~35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수많은 청년실업자를 비롯해 국민 상당수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출산이 가능한 부부의 경우 자녀 낳기를 꺼리고 있어 가속도가 붙은 고령화 사회에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은 한겨울의 끝자락이어서 남은 추위가 있지만 만물이 소생해 기지개를 켤 날도 머지않았다.
봄을 기다리듯 국민들은 노사가 화합하는 가운데 근로자와 기업 모두 신바람 나고 농민들에게는 희망이, 실업자들에겐 일자리가 주어지며, 정부 스스로도 뼈를 깎는 각오로 구석구석 몸집 줄이기의 모범을 보여 줄 것을, 그리고 그동안 실망의 대명사인 여???정치인들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도록 새롭게 태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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