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보다 무서운 ‘무관심’ 독거노인 가는길도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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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보다 무서운 ‘무관심’ 독거노인 가는길도 외롭다

홀로사는 주민, 수일지나 시체 발견

  • 승인 2006-02-11 00:00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복지공무원 1명 200세대까지 돌봐
더이상 복지방관 안돼… 대책 시급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9일 오후 6시 50분께 대전 서구 월평지구대에는 다급한 주민신고가 들어왔다.신고내용은 모 아파트 5층에서 수년 째 홀로 생활해 오던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반듯이 누워있다는 것.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웃집에서 인기척 없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들의 말에 따라 들어가 보니 박씨가 숨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황급히 아파트에 도착해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할아버지가 숨져 있는 집으로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전기장판에 이불을 덮고 숨진 노인은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지낸 기초생활수급권자 A씨(77).
검안 결과 A씨의 사인은 지병으로 인한 갑작스런 심장마비이며 발견된 날 보다 3일 전인 지난 6일 께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지 꽤 오래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됐던 것이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아산시 읍내동 모 아파트 15층에서 홀로 살고 있는 기초생활 수급권자 B씨(43)가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당시 현관문이 잠겨있고 B씨의 집안에서 독극약 이나 유서가 남아 있지 않아 자살보다는 자연사로 추정된다고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평소 정신질환을 앓아왔던 B씨도 사망추정 시간으로부터 수일이 경과한 뒤 발견된 것으로 밝혀진 점이 A씨와 똑같다.

지자체마다 앞다퉈 복지정책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사회 안전망으로 홀로 사는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복지의 손길’이 필요했던 A씨와 B씨가 사망 직전, 복지가나 주민들에게 발견됐다면 생명을 잃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태부족한 복지공무원의 숫자 등 부실한 사회 안전망의 실태는 복지 사각지대의 구멍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한다.

A씨가 살았던 대전 서구 월평2동의 경우 기초생활 수급권자는 1480세대, 275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을 돌봐야 할 복지 공무원은 고작 6명 뿐으로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노릇이다.

B씨가 사는 아산 읍내동에도 1000여 기초생활수급세대가 있지만 동사무소에 있는 복지담당 공무원은 5명에 불과, 1인 당 200세대의 주민을 돌봐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경제 불황 등으로 복지혜택을 받아야 하는 주민은 계속 늘어나는 데 비해 복지 공무원은 그 만큼 늘어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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