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9일 전국 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과 명단을 전격 공개한 것은 그동안 정보 공개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것에 비춰볼 때 획기적인 ` ‘자세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항생제 처방률 공개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양상이다. 시민단체들은 국민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년부터 항생제?주사제?약품비 등 3개 항목의 사용률을 전국 병원별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온 점에 주목, 지난해 4월 평가 결과를 공개할 것을 복지부에 요구했다가 거부되자 복지부를 상대로 정보비공개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승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법원 판결 직후에도 복지부는 ‘객관적 지표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당장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날 전면 공개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복지부가 법원 판결에 따른 공개 대상 자료 뿐만아니라 요구받지 않은 자료까지 내놓는 등 정보 공개에 적극적인 자세로 바꾼것은 무엇보다도 더 이상 의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복지부가 그동안 항생제 처방을 낮추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지만 뚜렷한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도 작용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급성상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이 의원의 경우 2004년 3분기에 61.01%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61.79%로 오히려 증가했다.
대전지역에서도 항생제를 과다하게 처방하는 병?의원들??명단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선 예전에 ‘직방’의료기관으로 알려진 몇몇 의원들이 이날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수년전 부터 항생제 사용률 공개가 예고된 시점에서 항생제 사용을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다.
개업가에선 의사의 고유권한인 의약품 처방권을 공개해 진료를 위축 시킨다는 것에 커다란 불만을 표시했다. 즉, 의료 및 진료 행위가 위축 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복지부의 의료기관 항생제 처방률과 명단 공개에 대해 의료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대전시의사회 고위 간부도 “국민에게 공개되는 정보가 국민에게 도움이 돼야하는 데 오히려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잘못된 판단으로 유도할 수 있다”며 “제대로된 평가 기준이 아니고 단순한 산술적 통계는 의사가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이 계속 문제가 돼왔고 의약분업 도입 취지가 약물 오남용을 근절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의약계에선 이날 정보공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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