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사회부장 |
해방 전인 40년대 초 시골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지난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나란히 공직생활을 시작한 점부터 엇비슷한 인생행로를 예고했다.
40 여 년 동안 요직을 두루 거쳐 고향의 도백(道伯)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떠난다는 점에서도 그들 두 사람은 닮은 꼴이다.
그러나 공직생활을 4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두 사람의 마지막 공직생활 모습은 천양지차를 드러내고 있다. 한 사람은 민선 도지사를 세 차례 다 채운 뒤 분권주의를 명분 삼아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정치와 행정을 겸하는가 하면 다른 한 사람은 한 차례 남겨진 민선 도지사 자리를 포기한 채 가정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원종 충북지사는 최근에 가진 간부회의 자리에서 5?1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무원들의 엄정중립을 강조한바 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공명선거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그래야만 좋은 일꾼을 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40년 공직생활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려는 그의 조심스러운 행보마저 느껴진다.
얼마 전 국민중심당을 창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심지사의 행보는 어떠한가.
먼저 그의 지사직 사퇴 문제부터 오리무중이다. 심지사의 행보가 오리무중일수밖에 없는 것도 일면 수긍이 간다. 새로 탄생시킨 국민중심당을 띄워 5?1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싶을 뿐 아니라 40여 년간 쌓아 올린 공직생활의 원만한 마무리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니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 지을 수 없는 입장이다.
어쩌면 공직생활의 마무리 보다는 자유민주연합 출범 당시의 바람을 국민중심당을 통해 재현해보려는 꿈이 심지사의 머리에 더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사직 사퇴 촉구에 대해 심지사는 지방분권형 정치를 빌미로 그 시기를 늦춰오고 있지만 이젠 더 이상 사퇴문제를 안개장막에 가둬두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공무원의 선거개입 시비와 줄서기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다.
심지사가 5?1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무원들의 엄정중립을 강조한다 한들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심지사의 빠른 사퇴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름아닌 이 같은 이유 때문이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돌발 변수로 인해 자칫 40여 년 쌓아온 그의 공직생활에 흠집이라도 생길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없지 않다.
게다가 심지사는 YS, DJ 방문에 이어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이 같은 전직대통령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민중심당을 충청도당 혹은 심대평당에서 한발 나아가 중앙정치무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심지사 자신을 도지사의 위상에서 한 야당의 수장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만남 역시 공직 마감을 앞둔 도백의 모습으로는 결코 득 될 것이 없다.
그의 좌우명은 ‘최선을 다하고 최상을 추구한다’이다.
그러나 도백이라는 공인이 ‘최선을 다했고 최상을 추구했느냐’ 하는 문제는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보는 사람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명쾌한 공직의 마무리 역시 그의 좌우명처럼 ‘최상의 행정을 추구한 도백’으로 도민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리하여 훗날 심대평, 이원종이라는 두 도백이 ‘닮은 꼴 행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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