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돌이서 세번 눈 맞으면 사랑결실
정월대보름을 연인(戀人)의 날
정월대보름은 신라시대 때부터 처녀들이 일 년 중 단 한번 공식적으로 외출을 허락받은 날이었다.
그 외출은 ‘탑돌이’를 위한 것이었다. 미혼의 젊은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는 말그대로 ‘짝짓는’ 날이다. 보름달 밤에 처녀들이 밤새워 탑을 돌다가 세 번만 눈이 맞으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삼국유사에 보면 금현이란 사나이가 이 탑돌이에서 사랑을 맺은 것으로 나와 있다.
탑돌이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남정네를 만났지만 이뤄지지 못해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갇혀 사는 처녀들의 상사병(相思病)을 ‘보름병’이라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조선 세조 때에는 서울 원각사(圓覺寺) ‘탑돌이’를 풍기가 문란하다는 이유로 금지령까지 내렸다. 하여간 대보름날은 우리나라의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라 정월대보름을 연인의 날로 지정해 우리만의 아름다운 풍속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는지.
정월대보름 아침, 이웃에 사는 친구가 찾아와서 불러, 대답했더니 대뜸, “내 더위 사”라고 외친다. 아뿔사!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한 발 늦었다. 결국 그 해 여름에는 친구의 더위를 대신 먹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풍속을 더위팔기(매서:賣暑)라고 했으며 이렇게 우리는 정월대보름을 시작하곤 했다.
정월대보름은 우리 민족 명절 중의 하나다. 율력서(律曆書)에 의하면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뤄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 한다.
또 정월 대보름날 뜨는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재수가 좋다”고 적혀 있다.
뒷동산에 오를 수 없으면 갑천 둔치에라도 나가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어 보는 것은 어떨까. 너그럽고 포근하며 아름다운 달빛에 온 몸을 맡기며 잠시 여유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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