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잡곡밥·나물반찬에 부럼·귀밝이 술까지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쥐불놀이와 음식서리… 옛 친구와의 추억도 떠오릅니다.
오늘밤도 휘영청 떠있는 둥근달을 보며
가슴 속에 담아놓은 소망을 하나씩 풀어보렵니다.
매년 음력 1월 15일에 찾
액을 떨치기 위한 대보름 풍속은 다양합니다. 예전에는 대보름날, 마을에 놓여진 다리위에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다리를 왕복해 걸으면 재앙도 떨구고 몸도 튼튼해진다는 어른들의 말에 동네아이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지요.
어머니께서 정성들여 차려 준 잡곡밥과 겨우내 말려놓은 각종나물을 무쳐 내놓은 반찬은 얼마나 먹음직스럽습니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예전엔 대보름날 장난스럽게 ‘음식서리’도 있었지요. 동네아이들은 집집마다 부엌에 놓여진 음식을 친구들과 함께 서리해 나눠 먹으며 보름날의 추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비록 없던 시절이었어도 대보름날 인심은 풍족했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대보름 먹거리는 가라앉았던 식욕을 불러일으키곤 했지요.
대보름날 어둠이 내리는 들녘에서 펼쳐지는 쥐불놀이는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깡통에 줄을 달아 나무 등 땔감을 넣고 돌려대는 쥐불놀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불빛에 액운도 놀라 도망가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신나게 쥐불놀이에 빠져듭니다.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부스럼나지 말라고 부럼을 깨고 귀밝이 술도 한잔하는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은 농사의 시작일이며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날이기도 하죠. 그래서 일까요? 밤하늘에 휘영청 떠있는 둥근 달을 보면 왠지 가슴속에 꼭꼭 담아놓은 소망을 풀어놓고 싶어집니다.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는 좋은 짝을 찾아달라고,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은 올해 꼭 직장을 얻게 해달고 말이에요. 그래서 첫 월급 날 그동안 뒷바라지 해 준 부모님께 내의를 선물하겠다고 다짐할 것입니다.
비단 이들 뿐이겠습니까?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원하는 목표와 점수를 성취해 달라고 할 것이고요. 사업을 하는 사업가는 작년의 시원찮던 악몽에서 벗어나 금년엔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달을 향해 소원을 빌 것입니다.
가족건강을 염려하는 주부들도 보름달을 향해 기원할 것입니다. 올해도 아이들이 탈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주고 남편 하는 일 잘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이번 대보름날에는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환한 달을 보며 각자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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