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한복입고 큰절하고 “예절, 몸으로 배워요”

[교육]한복입고 큰절하고 “예절, 몸으로 배워요”

논산 상월초등학교

  • 승인 2006-02-08 00:00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한복. 다기세트. 병풍 등 갖춰진 ‘효경체험방’ 마련
가정-학교 연계 학년특성별 인성. 예절교육 ‘호응’
겨울방학 충. 효. 예 교실… 세대간 교감통로 역할

논산시 상월면 신충리에 위치한 상월초등학교(교장 김정식). 너른 들판을 앞에 두고 그 너머에는 계룡산의 끝자락이 보인다. 산과 들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학교다. 지난 1935년 개교해 지금까지 603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편집자 주>





▲효경체험방 통한 예절교육=“제사 지낼 때 첫 번 째 잔을 올리는 것을 뭐라고 하나요?”(교사)
“초헌이라고 합니다.”(학생들)

지난 3일 오전 논산시 상월면 신충리 상월초등학교의 1층 교실 한 켠에 마련된 ‘효경체험방’. 이곳에서 갑자기 낭랑한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방학중임에도 학교에서 준비한 ‘대보름맞이 예절교육 특설 프로그램’에 참가한 20여명의 어린이들이다. 이날 어린이들은 제사지내는 법과 한복입기, 다도배우기, 큰절하기 등 전통예절 프로그램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선생님 말씀에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학교에선 이날 제사지내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인근에 위치한 노성향교의 전교를 지낸 김교진(79)옹을 초청했다. 집안 할아버지같아서인지 김옹의 설명을 듣고 제사지내는 순서와 큰절하는 법 등을 익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자뭇 진지했다.

제사를 지내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는 아이들이 금새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보였다. 옷매무새도 다시 만지고 장난기있는 표정도 사라졌다. 제사상의 음식과 제사순서를 따라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힘이 넘쳐났다.

그 시간 한쪽에선 몇몇 여자 어린이들이 다도상에 뺑둘러 앉아 다도를 배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학교 예절 담당 교사로부터 차의 유래와 차마시는 법 등을 듣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곱게 차려입은 한복과 어울려 화사함을 가득 줬다.

교사의 가르침에 따라 한 손에 찻잔을 고이받쳐 들고 차를 음미하는 아이들. 그 모습이 너무나 차분해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6학년 이상범(12)군은 “제사지내는 법을 이곳에서 배우다보니 그동안 집안에서 제사지내면서도 잘 몰랐던 부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하늘양(6학년)은 “한복을 입어보았는 데 입을 때는 귀찮았던 한복이 입고 보니 너무 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큰절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실토했다.

아이들은 이밖에도 소원을 종이에 적은 후 솟대 새끼줄에 띠별로 달고 달집태우기 방법을 소개하는 소원빌기도 배웠다.

상월초등학교는 이처럼 효경체험방 시설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체험하며 익히는 예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기본 생활예절을 분석해 학년의 특성에 적합한 인성교육 계획을 수립, 가정과 학교가 연계하는 실천체험 위주의 예절지도를 하고 있다.

효경체험방은 효경 및 예절에 관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학습한 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에선 각 학년별로 요일과 시간을 정해 고루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효경체험방은 예절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아이들이 입고 체험할 수 있는 한복이 준비돼 있고 다도를 익힐 수 있는 다기세트, 병풍과 다과상 차림, 제사상 상차림도 마련돼 있다. 학년별 학생 발달 수준에 맞도록 재구성해 실천적 예절지도를 하고 있다.

상월초등학교의 효경체험방은 언제나 개방돼 이웃학교들도 이용하고 있다. 2005농어촌 지역중심학교로 선정된 노성지역(노성초, 대명초, 상월초) 3개교의 공동교육 과정 운영의 협력학습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킴. 나눔. 섬김 실천 운영=상월초등학교의 예절교육은 충남교육청이 제시하는 지킴, 나눔, 섬김의 덕목별 실천프로그램으로 가득했다.

지킴덕목을 키우기 위해 질서, 규칙, 예절, 약속지키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나눔실천을 위해선 보살핌과, 베풂, 봉사활동하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섬김덕목 고양을 위해 부모공경과 명절, 제례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효인성교육 지도자료를 제작해 활용하고 월별계획을 수립해 예절실천 봉사활동 사례발표대회를 갖고 있다.

내고장 향토문화 탐구와 1인 1주제 탐구대회 실시도 예절교육의 한 실천사례다. 겨울방학을 이용한 충효예교실 운영도 이 학교 어린이 예절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26일부터 2006년 1월5일까지 상월초등학교에서는 논산시의 후원을 받아 노성향교가 주관한 충효예교실이 운영됐다.

이 행사에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예절교육과 한자교육을 체험하며 배우고 익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충효예교실은 충효, 예절, 한문, 서예, 향토사 등의 과목을 통해 인성을 기르는 한편 지역사회에서 덕망있고 학식있는 사람이 강의를 맡아 세대간 교감의 통로가 되고 있다.





“자기수련 자세로 전인교육 힘쓸 터” <김정식 교장 인터뷰>



“효경체험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천중심 행동수행으로 언행일치가 되는 자기수련의 자세를 갖추어 전인적인 인격도야에 힘쓰겠습니다.”

상월초등학교 김정식(60)교장의 학교 예절교육 방향이다. 김교장은“바른 인성교육에 목표를 두고 예절교육을 펼치겠다”며“이를 위해 지킴, 섬김, 나눔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교장은 특히 “작은 실천의 한 가지로 웃어른께 존댓말 쓰기, 고운말 쓰기, 칭찬을 생활화하기를 실천해 서로의 인격존중과 상호신뢰 회복차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교장은 “학교 동창회에서도 후배들의 학습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이에 힘입어 모든 교사들도 아이들의 지도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고 피력했다.

김교장은 그러면서 요즘 농촌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결손가정 아이들에 대한 걱정도 꺼냈다. 그는“97명 전교생 중 결손가정 아이들이 3분의 1에 이르고 있다”면서 “아동 인성교육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정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인 데 그런면에서 학교현장 교사들의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내비쳤다.
▲김정식 교장
▲김정식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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