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편집부국장 |
왜 그런가? 두 당은 ‘지방행정의 효율화’와 ‘지역감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지방자치 선진국 치고 지방자치를 단층제로 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고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역감정 문제가 해결될 리도 없다. 그럼 국회의원들의 본뜻은 무엇인가? 그들 자신의 밥그릇 크기를 줄어들게 만든 지방분권화 억제와 중앙집권화가 핵심이다.
이제 서울시장 경기지사를 비롯한 웬만한 시도지사는 국회의원들의 상전(上典)처럼 되었고, 외방(外方)의 충남도지사조차 신당(新黨)을 만들 정도다. 시도지사들은 과거 국정감사 때마다 마중 나가 국회의원들을 접대하던 그들이 더 이상 아니다. 이는 시도지사의 임기가 보장되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지방분권화의 결과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시도지사의 영향력은 국회의원 자신들을 분명 능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언제부턴가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몇 년 전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들은 시장·군수를 과거처럼 임명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했다. 시장 군수들도 그들의 잠재적 라이벌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군수를 임명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신 찾아낸 묘책이 ‘시도 폐지’와 ‘시군 통합을 통한 광역화’다.
덩치 큰 시도를 없애고 수십 개의 ‘조무래기 자치단체’를 만드는 게 국회의원들에겐 딱 좋다. 시군 2~3개씩을 통합해 만들어지는 ‘미니 광역시’의 시장(市長)은 국회의원들의 적수(敵手)가 되기는 쉽지 않다. 마치 국회의원 선거구를 2~3개 포함하고 있는 광역시의 구청장(가령 대전 서구청장)처럼 관할 지역은 좀 넓어도 국회의원들에게 감히 대들기 어려운 것과 같다. 상전 시도지사를 없애고, 현재의 시장 군수들에게 받는 도전의 위험성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국회의원들의 수(手)가 뻔히 보여도 시군에선 도(道)라는 시어머니가 없어지고 중앙과 직접 거래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시도 폐지에 찬성할 가능성이 꽤 있다. 때문에 최소한 지방행정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가능성이 크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되든 안 되든 여야가 이 문제를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기초나 광역 모두 지방은 혼란과 내분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되면 지방분권은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일본에선 ‘지방자치단체 통폐합 추진’이 가져오는 분열과 혼란이 지방분권화에 장애가 된다고 보고 분권화를 우선 과제로 삼기 위해 지방행정체제 문제는 이차적 과제로 삼는 입장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분권화에 뒤늦게 나선 프랑스도 지방분권을 국력 강화의 국가적 과제로 삼고 어떻게 하면 분권화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나라’만을 만들고 싶어하는 곳은 우리 나라뿐이다.
심대평 충남지사는 어제 시도 폐지가 아니라, 대전?충남북??통합하는 ‘대(大)광역자치단체’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년 부산지방분권연대가 시도를 통합, 5개의 ‘초대(超大)광역단체’를 만들자고 한 주장과 같다. 시도 폐지가 아니라 통합이 옳은 방향이다.
심대평 신당(新黨)은 지방분권을 기치로 내건 만큼 이런 기회에 뭔가 보여 줘야 한다. 경남북 전남북 서울 경기 등과 함께 ‘반(反)중앙집권 지방 연대’를 형성, 지방자치의 위기를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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