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고유놀이에서 과학읽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사이언스 칼럼] 고유놀이에서 과학읽기

  • 승인 2006-02-07 00:00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전시연구팀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전시연구팀장
설을 지내고 정월대보름까지 세배를 하면서 명절분위기를 즐긴다. 이때가 되면 어른들은 옛 추억에 잠기고 아이들은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우리 고유의 정신세계로 빠져들어 간다. 아무리 컴퓨터게임이 좋다하더라도 여전히 팽이치기나 널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등은 호기심의 대상일 뿐 아니라 즐거운 겨울놀이 그 자체다. 이 놀이들은 농경사회 공동체놀이의 하나요, 건강을 해치기 쉬운 겨울철에 건강을 지켜주는 놀이이기도 했다. 지금은 놀이 공원이나 동산에서 롤러코스터나 해적선, 목마를 타고 즐기지만 우리 고유의 놀이들은 몸을 부대끼고 협동하여 너와 내가 하나가 된다.

교육과 놀이는 하나다. 인류를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으로 규정하듯이, 놀이 속에서 자연히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과학원리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학인지 원리인지 구분하여 인식하기 전에 이미 놀이속에 과학이 듬뿍배어 있다.

요즈음의 사고 속에서는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팽이를 치면서 자이로(Gyro)의 원리와 색의 간접현상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자이로의 원리는 회전하는 모든 물체는 평형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쓰러지는 쪽으로 손잡이를 틀면 다시 바르게 서게 되는 원리다.

이 팽이 속에 담긴 원리가 바로 요즈음 선박이나 항공기의 자동항법장치개발의 뿌리가 되었다. 또한 팽이를 깎아 울긋 불긋한 색을 칠해 돌리는데 이때 빨간색과 파란색을 칠해 돌리면 보라색이 되고 노란색과 파란색을 칠하고 돌리면 초록색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색의 간접현상이다. 팽이를 치면서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중요한 과학원리 두 가지를 쉽게 배우고 깨우칠 수 있다. 이처럼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놀이 일지라도 과학의 눈으로 보고 설명을 하면 곧 과학원리가 톡톡 튀어 나온다. 널뛰기에서도 받침점?작용점?힘점을 찾을 수 있어 지렛대의 원리를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껏 튕겨 올라갔다 내려오다 잠깐 멈추는 지점에서 그네와 마찬가지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여 황홀경에 빠져들게 된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푸른 하늘에 떠 있는 연은 우주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하기도 하지만, 연을 만들 때부터 수학적인 분할을 정확히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연이 바람에 부딪혀 올라가는 바로 그 곳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뿐만 아니라 바람의 흐름이 빠른 곳은 압력이 낮아지고 바람의 흐름이 느린 곳은 압력이 높아져 위로 뜨는 양력이 생긴다. 이것이 곧 비행기가 뜨는 원리고 베르누이의 정리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익힌다.

또한 방패연은 하늘에 글을 쓰거나 무늬나 글씨를 써서 신호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정보통신의 효시라 말할 수 있다. 또한 30cm 정도의 긴자와 10cm정도의 작은 새끼 자를 가지고 노는 자치기는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가늠하는 척도를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제기차기에서는 중력과 포물선의 원리를 찾아 볼 수 있으며, 쥐불놀이에서는 불깡통을 빙빙 돌리면서 원심력과 구심력은 물론이고 불깡통을 앞뒤로 머리위로 던지면서 예각과 둔각?직각??따른 물체의 이동에 대한 과학슬기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윷놀이에서도 별자리나 4계절에 따른 변화의 모습과 디지털의 원리를 고스란히 배울 수 있다.

이처럼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놀이 일지라도 과학의 눈으로 보면 과학의 슬기가 듬뿍 배어있다. 이번 명절기간에는 컴퓨터게임에서 빠져나와 벼 그루터기가 있는 논바닥이나 얼음바닥에서 우리 고유의 놀이들을 신나게 즐기면서 추억도 찾고 동심의 세계, 과학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면 어떨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아산시 어의정로 교차점 광장 준공
  3.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4.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5.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1.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2.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3.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4.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5.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보건의료 '빨간불'

헤드라인 뉴스


삼전닉스 호남 투자 가시화…충청은 생색내기용 전락

삼전닉스 호남 투자 가시화…충청은 생색내기용 전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에 수백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에 나설 것이 유력해지면서 충청권은 곁다리 투자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청권의 경우 두 기업이 막대한 고용창출 등이 기대되는 대규모 생산 라인이 아닌 AI데이터센터 건립으로 기우는 모양새인데 이럴 경우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총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업체인 두 기업이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부응하려면 충청권에도 생색내기 용이 아닌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정치권과..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이 2030년 하반기로 지연된다고 대전시가 공식 인정했다. 당초 2028년 개통보다 2년여가 더 늦어지는 것으로, 주요 공정 리스크와 차량 시운전 계획 반영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23일 대전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관련 브리핑을 갖고 "향후 통합공정 계획 수립을 통해 개통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면서 개통 지연을 공식화 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총연장 38.8㎞, 정거장 45곳, 차량기지 1곳 규모로, 2024년 12월 착공해 현재 본선 14개 전..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