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 부활, 그 영혼에 이는 바람소리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시사에세이] 부활, 그 영혼에 이는 바람소리

  • 승인 2006-02-07 00:00
  • 오완영 시인. 국제펜클럽 대전시위원회장오완영 시인. 국제펜클럽 대전시위원회장
부활의 봄이 오고 있다. 잔설을 타고 흐르는 먼 산 빛 뿐만 아니라 온 누리에 봄이 찾아오듯이 우리들의 가슴 속에도 정신적 부활의 봄이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오늘 우리는 지성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 곳곳에서 무너지는 지성들의 천둥소리를 들으면서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분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우리들이 곧 가해자요, 우리들 자신이 붕괴의 원인을 제공한 주인공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지식기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지성인들은 누구나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르네상스 이래로 지성은 구원의 지, 교양의 지, 과학의 지 등 세 형식으로 존재해왔다. 구원의 지는 자기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지혜라면, 교양의 지는 인격창조의 예술적 지혜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의 지란 작업의 능률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오늘 지성의 존재양식은 달라졌다. 지난해 작고한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 이후 사회’라는 그의 저서에서 변화된 지식의 의미를 정립했다. 지식이 생산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행동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전문적인 것이어야 하며, 진보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지식의 생산 수단화는 인간의 내면적 변화를 유도하는 자기열반 또는 인격 창조의 지를 고전적 지식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대의 흐름, 경향성(Trend)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고전적 지식의 포기란 종착역을 모르고 달리는 기차와도 같기 때문이다. 목표의 지를 상실한 채 방법의 지만이 난무하는 사회는 지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증거인 것이다.

문호 톨스토이는 삼십 후반에 전쟁과 평화를, 사십 후반에 안나 까레리나를 쓰고 심각한 사상적 회의에 빠졌다. 이른바 지천명, 오십에 접어들면서 정신적 대지진을 치렀다. 1878∼80년까지 인생의 참 가치가 무엇인가를 발견하지 못한 채 문학을 했다는 것은 참회해야할 조건임을 알았다. 성공한 작가로서 세계적 문호의 반열에 오르기에 족했을 그가 왜 참회의 늪으로 자신을 끌고 들어가야 했을까. 그는 참회록에서 보여준 바와같이 철저한 구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사악한 것들에 대한 비폭력 무저항의 정신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간디의 사상적 바탕이 됐고 부활을 탄생시키는 기저가 된 것이다.

오늘 우리의 지성은 참회할 줄 모른다. 참회할 줄 모르는 지성은 모두 가해자이거나 지성의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일 수 있다. 부활의 주인공, 네흘류도프가 찾아낸 것은 자기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이었다. 일시적 방탕으로 빚어낸 자신의 죄를 참회하면서 까추샤를 따라가 그는 청혼의 손을 내민다. 죄책감을 벗어던지기 위해 청혼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냉담한 반응에 좌절하면서도 끝내 까추샤를 포기하지 않는다.

철저한 참회의 정신인 것이다. 그러나 까추샤는 사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치범 시몬슨과 결혼을 약속하고 이를 선포, 불행했던 까추샤가 결혼이라는 구원을 통해 재생하는 그 자체로서 작가 톨스토이는 부활의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다.

진정한 죄인은 무고한 저들을 죄수로 만든 가해자인 자기 자신인 것을 깨달으며 참회없이는 인생의 참 가치를 찾을 수 없다는 그 영혼에 이는 바람소리를 듣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 지성의 위기는 철저히 참회함으로써 극복될 것이다. 이 부활의 봄과 더불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