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상고 총동창회 회원들로 구성된 '청원산악회' 회원들이 5일 청양군 칠갑산 산행에 앞서 힘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양=지영철 기자 |
이성재 대전상업고등학교 총동창회장(13회)은 5일 차가운 바람속에서 칠갑산의 능선을 넘으며 어린애마냥 올 하반기에 있을 계획을 자랑한다. “우리가 대전에서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전국 어느 곳에 혹은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의 뿌리는 대전”이라며 “보문산과 계족산, 구봉산, 식장산 등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5개 산의 정상에 올라 뿌리를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동문들의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 회장의 상기된 얼굴에는 벌써부터 뿌듯함이 배어있다.오는 10월 이들은 ‘한날 한시’에 산을 오르기 시작해 각 산의 정상에서 ‘대전상고 성공 기원제’를 개최, 대전 뿐 아니라 전세계 속에 자리잡은 동문들의 성공을 축복하고 기원할 예정이다.
“뿌리는 대전” 설립 2년 불구 회원500명 달해
74세서 30세까지 선후배 360명 칠갑산 산행
한달에 한번 화합도모… 끈끈한 동문愛 ‘절로’
대전상업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원들에게 있어 매월 첫째주 일요일은 산을 찾는 날이다. 설 때문에 ‘어쩌면’ 피곤했을 지난 한주를 보냈지만 5일 청양의 칠갑산 산행에는 360여명의 동문들이 동참, 산 곳곳에 대전상고의 발자취를 아로새겼다. 이번 산행에는 1회 박충회(74) 선배부터 45회(30) 후배까지 ‘44년의 세월’이 동참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 끌어주고 산 곳곳에서 ‘춤추는’ 학교 깃발은 자신들이 졸업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한층 더 굳건히 하기에 충분했다. 중간 중간 쉬어가며 혹은 발걸음을 맞춰가며 세상살이에 힘들어하는 동문의 하소연도 들어주고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삶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이 맛이야 말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면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어쩌다 한번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동창회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바로 ‘이 맛’ 때문에 산행에 열광하는 건 아닐까. 뒤풀이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뒤풀이는 29회에서 맡았다. 횟집을 경영하는 김찬술씨는 일찌감치 횟감을 뜨기 시작했고 삼합과 알탕, 매운탕도 언 입을 녹이기에는 일품이다.
특히 회원 본인 뿐 아니라 회원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어 가족끼리의 화합과 체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단합 줄넘기’와 공놀이 순서도 마련돼 있어 각 가정의 행복 만들기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뿐 아니라 푸짐한 상품도 가져갈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청원산악회가 발전을 거듭하는데는 53년이라는 학교 역사가 말해주듯 그 동안 대전상고를 거쳐간 3만여명의 인재가 밑바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헌오 대전시 문화체육국장을 비롯해 이도상 충남교육청 기획관리실장, 이교하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대전시지부장, 정신조 우송고 교장 역시 이들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이 거대한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대전상고 총동창회는 지난 2005년부터 ‘청원산악회’를 결성, 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고교시절의 추억과 ‘끈끈한’ 정을 나눠오고 있다. 설립 2년차라는 ‘짧은 역사’를 무색케 할 정도로 청원산악회를 통해 산행을 함께한 동문들은 500여명을 넘고 있다. LA, 뉴질랜드, 호주에 터전을 잡은 동문들도 한국에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청원산악회를 찾는다고.
정국희 산악대장은 “해외에 나가 있는 동문들의 경우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 동문에 대한 보고픔이 더해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산행에 동참하곤 한다”고 말했다.
기실 이들 총동창회의 정확한 명칭은 ‘우송고등학교 전신 대전상업고등학교 총동창회’다. 비록 이름은 바뀌었지만 우송고 후배들도 ‘우리’라는 범주에 포함시키고자 한 선배들의 너그러움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믿음직한 선배의 존재가 절실한 우송고 졸업생들은 7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총동창회 가입선서와 동창회비 전달식 등을 통해 대전상고 총동창회의 ‘식구’로 거듭나게 된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이들만의 자랑이 또 하나 있다. 청원산악회 회보가 그것. 지난 산행의 에피소드와 산행기, 산행계획, 산행시 주의사항을 담은 1부는 각 회원의 집으로 배달되고 당일 버스안에서는 그 날의 산행코스와 교양글귀, 유머 등을 담은 2부를 나눠준다.
그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어 동문들 사이에서는 이를 경전에 빗대어 ‘청원경(靑苑經)’으로 불리기까지 한다고 회원들은 귀띔한다.
정 대장은 “총동창회 청원산악회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오늘도 관광버스 10대가 이동을 했는데 오는 6월쯤 되면 산악회 회원만 700여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신석우 기자
인터뷰- 이성재 대전상고 총동창회장
“3만여 동문 한자리 서로의 버팀목 되길”
“3만여 동문이 모두 모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일 동문 360여명과 함께 칠갑산 정상에 오른 이성재 대전상업고등학교 총동창회장(사진)의 당찬 포부다.
53년의 세월속에서 대전상고를 거쳐간 3만여 동문이 한자리에 모여 옛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현실속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것.
실제 이 회장은 총동창회장으로 취임한 지난 2004년 이 후 곧바로 ‘청원산악회’를 설립, 다소 침체됐던 동창회 분위기를 다시금 끌어올렸다.
대일콘크리트공업(주) 대표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회장은 “현재 500여명에 머물고 있는 산악회 회원수를 늘려 모든 동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산악회를 통해 동창회 분위기가 급상승된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왜 하필 산악회였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동문화합을 이루려면 산악회가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문들간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산행을 매달 다니다보니 선후배간 깊은 정이 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창회를 ‘회원가족의 축제’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회원의 아내와 자녀들의 동반을 권장하는 한편 가족들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줄넘기와 공놀이 등의 장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이회장도 골치를 앓는 일이 있다고 한다. 동창회의 덩치가 커지다 보니 이를 이용해보려는 속셈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한다는 것.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회원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직의 순수성”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이 방문하겠다는 연락도 하고 있지만 조직의 순수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어떠한 것이라도 절대 사절”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끝으로 “오늘은 관광버스 10대가 움직였지만 앞으로는 20대, 30대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동문들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며 “비록 대전상고가 우송고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우송고 학생들도 우리의 후배로 생각하며 앞으로 지방 명문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할 터”라고 말했다.
▲ 이성재 대전상고 총동창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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