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 정치행정부장 |
올 명절은 5·31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단연 정치 얘기가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제난 탓일까? 이같은 예측과는 달리 이번 설에는 정치 얘기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고향에서 만난 한 촌로(村老)는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정치는 정치냐”며 푸념을 했다.
요즘 들어 신문과 방송에 정치관련 기사가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정치시즌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정치인과 정당 관계자들을 만나봐도 이미 마음이 콩밭(?)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는 5월 31일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4대 지방선거일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의원들은 그동안과 달리 회기 수당 대신 월별 수당을 받게 돼 수천만원의 연봉을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5·31지방선거는 내로라하는 지역인사와 정치 신인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보여 경쟁률 또한 그 어느 선거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마음은 냉담하기만 하다. 4년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5년마다는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거얘기만 들어도 신물 난다고 한다. 이쯤 되다 보니 이번 지방선거 때 데뷔전을 치러야 할 정치 신인들에게는 여간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중인 한 인사는 “지난해부터 얼굴을 알리기 위해 이리 저리 백방으로 뛰어 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어 맥이 풀릴 뿐”이라며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이처럼 낮을 줄은 몰랐다”고 실토했다.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낮은가를 가히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의원들에게 주민이 낸 혈세로 연간 수천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니 우리의 정치의식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리의 선거행태를 보면 인물보다는 학연, 지연, 혈연에 따라 표를 몰아준 경우가 많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이런 선거행태를 일소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참일꾼을 뽑는 새로운 선거풍토를 일구는데 모두 동참할 것을 감히 제안하고자 한다.
더러는 ‘먹고 살기 힘든데 선거가 관심거리가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5?1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선거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길이라 생각된다.
올해로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선거가 시작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수준은 아직까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국민들의 평이다.
얼마 전 한 지인(知人)으로부터 씁쓰레한 얘기를 들었다. “아무개가 ‘지방의원이 되면 연간 수천만원씩 받을 수 있다는데 의원이나 한번 해 보겠다’며 선거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돈과 감투가 뭐 길래 지방의원에 나오려고 하는 것인지 생각하니 한심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런 그릇된 생각을 가진 정치인을 퇴출시킬 수 있는 계기가 이제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적극적이고 올바른 사고와 냉정한 통찰력만이 그동안 후진국 수준에 머물렀던 우리의 선거문화, 관행화된 선거풍토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우리의 선거문화를 바로 잡는 것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아닌가 싶다.
다가오는 5·31지방선거를 비틀어진 우리의 선거문화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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