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돌 안에 구멍을 뚫어놓고 양쪽에 세워 놓은 이것은 무엇이에요?”
“예전에 제주도 사람들이 집 앞에 세워놓았던 대문인데 ‘정랑’이라고 한단다.”
지난 달 31일 대전시 동구 하소동에 위치한
결혼한 아들, 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5명의 손주들을 대동하고 이날 박물관 나들이를 온 이상호(66·대전시 중구 대흥동)·윤영순(62)씨 노부부는 손주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든 것이 처음인 듯 이곳 야외전시장에 놓여진 각종 물건에 신기한 눈길을 보냈다. 그러더니 금세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쪽에 전시된 구유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할아버지 이상호씨는 다시 손주들에게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그것은 가축들을 기르기 위해 먹이를 넣어 주던 통이란다”아이들은 할아버지의 설명에 알아들었는 지 고개를 끄덕였다.
손자들에게 이것 저것 설명해주던 이씨는 추억에 젖은 물건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이씨는 “민속 박물관의 전시품을 통해 옛날 역사를 배울 수 있고 우리네 과거 삶의 모습을 보게 됐다”며 “손자들에게도 이 땅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의식주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돼 체험학습을 한 것 같다”고 좋아했다.
서울에 산다는 첫째 딸 이용분(37)씨도 “다양한 민속품에 호기심이 무척 많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박물관 나들이를 잘 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대전에 오면 또 다시 찾고 싶다”고 밝혔다.
김재용관장은 “많은 사람들은 박물관하면 중앙박물관처럼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데 박물관은 우리주변 가까이 있는 것”이라며 “박물관들도 각각의 특성을 살린 독특함으로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상호씨 가족처럼 올해는 가까운 박물관을 자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박물관은 지식의 보고이며 체험학습장이다. 그곳에선 뜨거웠던 역사의 현장이 투시되며 당대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또한 주제가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머리가 무거울 때 박물관을 들러보자. 새로운 무언가가 꿈틀 거림을 느낄 수 있다.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사람은 영감도 떠오를 수 있다. 지역에 있는 박물관부터 여행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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