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의 잣대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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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의 잣대와 기준

  • 승인 2006-02-01 00:00
  • 황승기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 목사황승기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 목사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의 수업을 보면 토론과 발표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일방적인 주입식의 교육을 지양하고, 대화와 상호존중을 통해서 성숙한 시민이 되는 것을 가르치려는 의도다.

과거 우리나라 교육의 한 면이었던 판서(板書)를 통해서 원리와 규범을 교육하는 것보다, 개개인의 생각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환경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을 지배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현대 철학자 존 카푸토는 “진리가 없다는 것이 바로 진리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시대의 정신을 간명하게 표현했다. 이 시대와 사회에서 어떤 절대적인 것과 신념을 말하는 것은 사회의 조화를 깨는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이 상대주의 덕분에 자신의 신념만을 옳다고 주장하는 ‘억센 주장’들은 많이 힘을 잃은 듯하다.

그러나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상대주의는 우리 시대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켰다. 규범과 원칙의 약화다.

절대 옳은 것이 없다고 규정하고, 개개인의 다양성만을 지향하다 보니, 도덕적인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건설적인 의견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형적인 자기 정당화와 자기 방어가 나오고 도덕적인 관념이 와해(瓦解)된 것이다. 부끄러운 일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부끄럽게 한 그 규범과 도덕 자체를 부정함으로 자신을 정당화 하려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다른 사람이 저지르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와 도덕적 와해는 사회 전반에 심각하게 퍼져 있다.

다원화된 사회 가운데서 대화와 상호존중을 통해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어가고, 그것이 사회의 원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성경도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빌립보서 2장 3절)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먼저 엄격한 도덕과 규범, 원칙이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인간이 걸어야 할 마땅한 길을 부인하고, 진리 자체를 부정하는 공허한 상대주의는 사회를 불행하게 할 따름이다.

도덕과 규범은 인간이 걸어야 할 ‘길’에 비유된다. 그러므로 도덕과 규범의 절대성을 흐린 사회는 ‘길을 잃은 미아(迷兒)’와 같은 사회요, 길 자체가 없는 ‘좌표를 상실한 사회’다.

기독교인들이 신앙과 생활의 원리로 삼는 성경을 가리켜 ‘캐논(Canon)’이라 부르기도 한다. 캐논이란 원래 ‘길이를 재는 잣대’의 의미가 있다. ‘기준이요, 척도’라는 뜻을 포함한다.

시대와 환경과 여론에 의하여 부유(浮游)하는 기준이 아니라, 변치 않는 원리로서 우리가 따라야 할 기준이 이 사회에 있어야 하고, 그 길을 선명하게 제시함으로써 혼란과 무질서와 방종을 막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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