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투기은어’ 학습중

“알아야 잡는다” 투기조사 앞 세무지식 공유나서

“큰 손이 업계약서로 땅을 사서 칼질한 뒤 나카마를 통해 맹지를 판다.”
좀처럼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에 가까운 이 말은 부동산 투기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다.
최근 들어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선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은어 배우기가 한창이다.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국세청 직원의 절반가량이 부동산 투기 조사에 투입된 적이 있는데다 오는 3월 경기 판교의 대규모 분양 직후인 4~5월께 또 한 차례 부동산 투기조사가 예고돼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웬만한 세무조사관은 빠짐없이 부동산투기자 등 탈세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그들만의 은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자체 내부 통신망에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구축, 세무조사 기법과 사례는 물론 각종 세무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한데 모아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했다. 은어 배우기도 이중 하나다.

위에 문장을 순서대로 풀면 “최소 수 십억원대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전주(큰 손)가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작성한 계약서’(업계약서)로 땅을 사서 이를 ‘200∼500평 규모로 잘게 나눈 뒤’(칼질한 뒤) ‘매수자들을 모아오는 대가로 매매대금의 15% 정도를 받는 중개인’(나카마)을 통해 매수자를 끌어 모아 ‘주변에 접근도로가 없어 토지로서 이용가치가 전혀 없는 땅’(맹지)을 비싸게 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