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타선 토종 듀오 이범호(25) 김태균(24)의 연봉자존심 대결이 뜨겁다.
물론 해마다 연봉협상의 끝물인 이맘 때 팀의 공헌도를 들어 큰 소리를 치는 선수들은 종종있었지만 이 처럼 전의를 불태우며 장기전으로 돌입한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모든 협상이 그렇듯 구단과 이범호의 입장은 상반돼 있다. 이범호는 골든글러브 수상과 지난해에는 3루수 붙박이로 뛰면서 26개의 홈런을 뽑아내 홈런 3위를 차지했으니 이전 보다 훨씬 좋은 내용 아니냐고 큰소리 친다. 더욱이 올해는 프로진출 7년만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대표팀으로 당당히 출전해 핫코너를 지키게 된 것도 그가 어깨를 으쓱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범호는 전지훈련 일정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지난해보다 52.3%가 인상된 1억6000만원에 구단과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금액에는 못미치지만 구단과 한발씩 양보하는 차원에서 2개월여의 연봉협상을 마무리 한 것. 뒤집어 말해 코앞에 닥친 WBC와 올 시즌을 대비한 연습과 훈련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한 듯하다.
이제 구단 내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타자는 김태균 하나. 이미 5차례나 치러진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도 도장을 꺼내지 않은 김태균의 배짱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범호와 마찬가지로 골든글러브와 WBC 출전권을 거머쥔 김태균은 지난해 124경기에 출전해 타격(0.317), 장타율(0.547), 안타(146개) 등 대부분의 타자부문에서 선두권 이상을 기록했다.
구단이 연봉고과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팀공헌도(홈런 24개, 100타점)도 좋다. 어찌보면 김태균의 입에서 3억 소리가 절로 나올만하다. 반면 구단에서는 100%에 가까운 김태균의 연봉에 대해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송규수 단장은 “김태균의 연봉에 대해 인색하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태균이의 말 대로 연봉을 대폭 인상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김태균이 목청을 높이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 하와이로 전지훈련을 떠난 30일 현재에도 김태균의 머리속에는 아직도 3억원을 그리며 구단과의 연봉협상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지난해 계약금 없이 입단한 조성민은 계약금을 보존해주는 차원에서 1억원 안팎선에서 구단과 재계약 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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