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잃고 자녀 기르며 틈틈이 남긴 詩… 딸이 직접 엮어
넘침없이 고요하게
남편을 잃고 바느질을 하며 자녀를 기른 정경환씨가 틈틈이 써내려간 글을 모아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온 자녀들이 엮어 만든 책, ‘고맙네 고마워’(오늘의문학사)가 출간됐다. 이 책을 엮은 하인혜 작가 역시 동아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아동문학가이자 정씨의 딸이다.
오랜 세월 중풍으로 고생을 하다가 이승을 떠난 남편 곁에서 바느질을 해온 정씨.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의 병 수발을 하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바느질이었다.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업으로 생각하며 수의(壽衣)를 지었으나 건강이 허락지 않아 지금은 일손을 놓았다.
바늘을 놓은 그의 손은 성경책을 펼쳐 옮겨 쓰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토막글을 적어 놓았다. 곁에서 그를 지켜본 자식들이 격려했다. 생각나는 것을 그때그때 써 놓으라고 한 것이다.
이 책은 정씨가 살아온 날들 가운데 가슴에 남아있는 말들을 담은 곳이다.
모든 것을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바친 어머니,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어머니의 삶을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의미있고 가치있게 만든 자식들의 사랑이 깊게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언제쯤 가벼워질까, 그 이름은
일흔 여섯의 나이에
아직 눈빛이 맑은 어머니는 늘 떠날 준비를 하신다.
얇아진 잠귀를 돌 아래 눕히고
몸을 일으켜 앉아
성경책을 베껴 쓰시곤 하면서
당신이 입고 떠나실 삼베옷 한 벌을
머리맡에 놓으시고
살아온 세월이 꿈을 꾼 듯 아득하여…….(중략)
추운 날에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씨를 지피던 굽은 등의 서글픈 모습을
그 애틋함을 감춘 무심한 손길을
배 고플 때에
어김없이 밥이 되어주던 어머니, 그 이름은
아, 언제쯤 가벼워질까…….
어머니가 지은 글에
주위 사람들의 그리움을 더하여 엮었다. -하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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