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운명의 판타지’

  • 문화
  • 영화/비디오

가슴을 울리는 ‘운명의 판타지’

● 무극 주연: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 승인 2006-01-27 16:5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제작비 3500만달러 역대 중국영화중 최고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표현… 여백 잘 살려
화려한 색감·장동건의 카리스마 ‘볼거리’




눈은 황홀하다. 그러나 마음은 답답하다.
역대 중국영화 최고의 제작비
3500만 달러를 투입한 영화 ‘무극’(첸 카이거 감독)은 대단한 시각효과를 선사한다.
여백을 중시하면서도 간결하고 힘이 넘치는 피터 파우의 촬영, 타미 입의 몽환적이고 강렬한 색조의 의상과 세트디자인은 화려한 이미지를 마음껏 발산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는 이야기꾼 첸 카이거의 이야기가 부족하다.

첸 카이거는 운명과 자유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하늘과 설국 사이, 인간과 신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판타지의 세계를 창조했다.

여기에 주어진 운명을 이용하려는 여인, 운명에 순응하는 장군, 운명을 거스르려는 노예를 등장시켜, “운명도 바꿀 수 있는가”하고 묻는다.

영화는 시작부터 웅장하다. 노예 쿤룬(장동건)은 대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이 이끄는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다. 황제를 구출하려던 대장군은 숲에서 길을 잃고 자객 검은 늑대에게 중상을 입는다.

그는 쿤룬에게 황제를 구할 것을 명령하고, 대장군의 붉은 갑옷을 입은 쿤룬은 성으로 향한다. 그는 정권을 탈취하려는 북공작(사정봉)의 군사들에게 포위된 황제를 구하는 대신 황비 칭청(장백지)을 구해낸다. 칭청과 북공작은 가면을 쓴 쿤룬을 대장군으로 착각하고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무극’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허우적댄다. 천상의 미를 얻은 대신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하는 칭청, 자신을 은인으로 착각해 사랑에 빠진 칭청에게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대장군, 칭청에게 집착해 삶을 낭비하는 북공작, 그리고 칭청에 대한 사랑을 솔직히 드러낼 수 없는 쿤룬.

“너는 바람처럼 빠
르지만 달리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것이다. 갈망해야 네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 검은 늑대의 이 한 마디에 네 발로 기던 쿤룬은 두 발로 일어선다.



결국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는 쿤룬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시킨 캐릭터다.

장동건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삶에 찌든 노예의 얼굴에서부터 근엄한 장군의 모습까지 매순간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리고 열심히 뛴다. 다만 그 빛이 쉬이 바래 안타깝다.

이 ‘운명의 판타지’는 후반으로 가면서 길을 잃고 만다. 드라마는 깊숙한 갈등을 일으키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연결 고리로만 힘겹게 엮이고, 1000컷이 넘는 컴퓨터그래픽은 아름다운 실사 화면에 균열을 일으킨다. 영화에 몰입을 방해할 정도라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패왕별희’ 같은 대작이나 ‘현위의 인생’ 같은 예술영화, ‘투게더’와 같은 소품 등 규모와 장르를 넘나들며 매끄러운 이야기꾼의 재능을 보였던 첸 카이거의 과거를 떠올리면 뭉텅뭉텅 잘라진 듯한 ‘무극’의 스토리는 너무 아쉽다. 12세 관람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