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문화체육부장 |
요즘들어 이 말이 딱 들어 맞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노자에 나오는 말인데 잠깐 베끼자면 이렇다.
“나라는 정의(正義)로 다스리고 전쟁에는 기계(奇計)를 쓴다. 그러나 정의나 기계는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천하에 금지령이 많으면 많을 수록 백성의 생활은 더욱 가난해진다. 백성들이 문명의 이기(利器)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국가는 도리어 더욱 혼란해진다. 사람들의 기술이 발달되면 될수록 기괴한 도구가 더욱 많아진다.
법령이 정비되면 될수록 도적은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성인이 말하기를 ‘내가 하는 것이 없으면 백성들이 절로 감화되고, 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백성들이 저절로 정직해지고, 내가 욕심이 없으면 저절로 질박한 생활을 하게 되고…’”
최근 일고 있는 사학법 관련 문제를 보고 있을라치면 자꾸만 이 말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오로지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정작 수요자들은 뭐가 뭔지 모르고 있는 형국인데 고삐를 채우는 것은 아닌지.
사학법 문제를 놓고 연일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지만 학생이나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들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데도 서로서로 잘잘못만 따지는데 혈안이다.
지금에 와서 사학법과 관련해 왈가왈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두고 정부에서 최근 행하고 있는 형태가 썩 내키지 않을 뿐이다.
며칠전 감사원이 전국의 사학에 대해 전면 감사에 돌입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 갑작스레 칼(?)을 빼든 의도가 영 이해하기 힘들다.
감사원에서는 사학비리 척결이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슨 꼼수도 아니고 사학법 문제를 놓고 꼭 그 방법말고 달리 방안이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보면 정부에서는 이때까지 사학비리를 알고 있었는데 알면서도 덮어뒀다는 얘기와 뭐가 다른지. 지금에와서 필요성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면 보통 웃음거리가 아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학비리가 터져 나왔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기왕지사 전체 사학에 대한 전면감사에 착수했다면 꼬리만 자르지 말고 비리의 몸통까지 내쳐야 한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 땅에 사학 부조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서 투명한 학교운영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의도야 어찌됐든 그래야만 “그때는 뭐하고 지금에 와서야 호들갑이냐”고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볼멘소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그동안 법이 없어 사학비리를 척결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서두에서처럼 법령이 정비되면 될수록 도적이 더 날뛰는 형국이 돼서는 안된다.
때론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저절로 정직해질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다름아닌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이기에. 이번 감사로 교육이 뿌리째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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