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지역정가 엿보기

▲ 송명학 편집국부국장

정치의 계절이다. 실감이 난다. 유권자들은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선거는 무슨 선거냐고 냉랭하기 이를데 없지만 지역정치권은 염천 복더위 만큼이나 뜨겁다. 십수년간 선거현장을 지켜봤지만 역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각축전이 충청벌에서 펼쳐질 것 같다.

지난 10여년간 지역정치권은 자민련의 독주가 계속됐다. 자민련이 아닌 정당이나 후보들은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한때는 지방선거를 보이콧해 후보자를 내지 않은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존재의 이유까지 들먹여야 했던 지난 10년의 지역정치권은 정책도 정쟁도 없었고 자민련 소속이 아니면 인물취급도 못받았다. 각 정당은 인물이 씨가 말랐고 제몸추스르기조차 힘겨웠다.

그러던 자민련이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충청권은 새판짜기가 시도되고 있다. 해볼만하다는 것이 각 정당의 이구동성이고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정당에 공천희망자들이 넘쳐나며 예전의 특정정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충청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호기로 판단하고 있는 각 정당들 역시 인재영입에 공을 들이고 경쟁적으로 각종 이벤트행사에 나서며 몸값올리기에 한창이다.

각 정당은 이렇듯 예년에 없는 변화를 만끽하고 있지만 풍요속의 빈곤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사람은 넘쳐나지만 적임자가 없다. 공천의 문호는 개방해놓고 있지만 간판급 스타가 없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 인재영입을 저마다 한목소리로 외쳐대고 있지만 입맛에 맞는 인물발굴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듯하다.

경쟁력이 있다싶으면 내가 왜 그런 흙탕물 속에 뛰어들어가느냐고 고사하기 일쑤고 기존의 인사를 공천하자니 상품가치가 떨어져 자신이 없다는 것이 정당관계자들의 고민인 듯 하다.

광역단체장인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후보 만해도 각 정당은 이렇다할 인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을 상대할 경쟁력 있는 후보를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은 윤곽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고 심대평지사가 물러나면서 무주공산격인 충남지사후보는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와중에서 각 정당의 무분별하고 원칙없는 인사영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당선가능성만 앞세운 세다툼으로 치닫고 결국에는 기존 당내인사들의 불만만 높아지며 공천부터 진흙탕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특정정당으로의 세쏠림이 없어지면서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는 소위 발바리 예비후보자들이 넘쳐나는 것도 새로운 세태다. 오리무중인 지역정치권의 판세속에 살아남기 위한 처세탓이라면 크게 나무랄 순 없지만 그들을 보는 지역정치권의 시각은 곱지 않은 듯하다.

정치에서 명분과 실리를 다 취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다만 명분과 실리를 취함에 있어 최소한의 원칙이나 철학, 신념, 신의가 고려되어야 한다. 당선가능성만을 앞세워 원칙없는 무분별한 당의 인사영입이나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신념이나 신의 없이 이당저당을 넘보는 예비후보자들의 행태에 대해 지역유권자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