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은수는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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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은수는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승인 2006-01-25 00:00
  • 안창모 부여정보고 교장안창모 부여정보고 교장
84년 동학사 반포중학교에서 영어, 도덕을 가르치게 되었다. 많은 제자들이 생각나는 곳, 3-2반 담임을 맡았다. 도덕시간에 3반에서 무심코 “박은수 학생 읽어봐요”라고 지명을 하였다.

일어선 은수가 읽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이어서 곧바로 “됐어요 은수학생 앉아요, 옆 학생 읽어봐요” 읽기도 전에 “됐어요 잘했어요 앉아요”라고 말하고는 또 다른 학생에게 순서대로 지명 하고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은수를 단 한번도 남 앞에서 발표해 본적이 없는 용기 없는 학생인으로 생각하였다. 그후 도덕시간 은수가 눈치 채지 않게 가끔 지명을 하고 몇 줄도 읽기 전에 “참 잘 읽었어요”하고 칭찬해 주었다.

5월 중간고사 영어 시험을 채점하면서 “은수가 하위권의 점수를 맞아야할 학생인데 높은 점수라니”하며 나는 놀랐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준 영어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영어공부만 열심히 했던 것이었다. 그후 모든 영어시험은 높은 점수를 맞았다.

은수는 다른 과목성적이 낮아 유성농고 원예과에 입학하였다. 제자들의 편지가 오면 답장을 하고, 편지를 보관 하고, 옛 편지들을 읽으면서 답장을 쓴다. 은수는 농고에 다니면서 원예가가 꿈이라며 영문편지를 보내왔다. 영어로 쓰려는 그 의지가 대견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경기도의 화원에 취직하여 은수는 놀라운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선생님 저는요 어렸을 적에 여러번 죽을 고비를 겪었어요. 할머니께서 무당을 데려다 정을 읽어주어 살아났어요. 요즈음 꽃가루 화분을 먹고 많은 효과를 보았으니 선생님도 아프시면 화분 드세요.” 그제서야 오래전 책읽기를 지명 받았을 때 안절부절 못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후 소식이 없어 반포면 우편배달부에게 물어 학봉리 부모님으로부터 군대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했다. 그렇게 아프던 몸, 잘 견디어 제대하기를 기원하며.

제대후 편지가 왔다. “선생님 저는 종업원이 50명되는 큰 서울식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요리사가 되겠습니다.” “그래라 열심히 배워 후일 식당개업하고 평범한 가정이라도 갖는 다면 선생님 마음이 기쁘련다.” 당시 은수는 30세를 넘었었다. 장기간 소식이 없던 후에 편지가 왔다. 내용 설명은 없이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7년전 그 편지 이후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은수야 선생님께 조금도 부끄러운 생각 갖지 말아라. 네 몸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만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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