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원자력 안전 연구와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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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칼럼] 원자력 안전 연구와 고객

  • 승인 2006-01-24 00:00
  • 백원필 원자력연구소 대과제 책임자백원필 원자력연구소 대과제 책임자
“너의 고객은 누구이며, 고객의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들이 암 투병을 하는 친구를 위로하러 가는 길에 주유소를 경영하는 친구가 던진 질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객은 주유소 직원과 주유소를 이용하는 손님들이며, 그들에게 성공과 행복을 주기 위해 일한다고 하였다. 병문안 길이어서 진지해진 분위기와 맞물려, 그 자리에 함께 한 친구들은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수십 명의 동료들과 함께 적지 않은 국가 연구비를 사용하면서 원자력 안전의 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고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원자력 발전은 우리나라의 중추적인 전력 생산 수단으로서 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친화성 등에서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생성되므로 확고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선진국으로부터 원자로를 수입하여 건설한 80년대까지는 외국의 안전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나, 국내 주도로 원자로를 개발하기 시작한 90년대부터는 원자력 안전 연구도 활발하게 추진하여 왔다. 원자력 안전 연구의 목적은 원자력 시설의 사고를 예방하고 만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극소화시킬 수 있는 제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된 기술은 더욱 안전한 원자로의 개발, 개발된 원자로의 안전성 확인과 검증, 건설된 원자력 시설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영,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안전 현안의 신속한 해결 등에 크게 기여한다.

원자력 안전 연구는 주로 국가가 주도하여 수행하며, 핵심 고객은 국민과 국가이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킴과 아울러 국민에게 신뢰성있는 안전 정보를 제공하여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 연구를 조정하는 정부 부처와 연구 관리 기관, 연구 결과를 실제로 이용하는 원자력 안전규제기관과 산업체가 고객의 역할을 한다.

민간기업의 연구와 달리 원자력 안전 연구에서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단기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가 장기적 관점의 국민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연구자들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정부 부처의 경우 잦은 보직 변경으로 인해 일관성 있는 프로젝트 관리가 어려우므로, 연구 관리 기관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학문적 소양과 과학자적 양심을 지닌 전문가들이 연구의 기획과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연구 개발 동향과 앞으로 필요한 기술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연구자 스스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원자력 안전 연구의 고객은 국민’임을 재삼 확인하면서, 우리의 연구를 통해 우리 국민이 더욱 안전하게 원자력의 이점을 누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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