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여복지’에서 ‘책임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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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참여복지’에서 ‘책임복지’로

  • 승인 2006-01-23 00:00
  • 조성두 한국조폐공사 감사조성두 한국조폐공사 감사
“나 때문에 많이 시달리지요?”
“말도 마소!”
“지표로 말합시다! 우리 경제가 나빠진 것이 있으면 책임질게요!”
“(단 양극화 지표는 빼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말 부산지역 동문들을 청와대로 불러 나눈 말 중 나중에 스스로 공개한 한 토막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인 상황이니, 가까운 지지자들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또한 대통령으로서 자신감도 보여주고 싶었으나, ‘양극화 지표’ 하나만은 목에 가시처럼 걸리더라는 얘기다.

실제 양극화 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빨간불이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말하는 지니계수는 1997년 0.283에서 2004년 0.310으로 높아졌고, 임금근로자의 절대빈곤율은 1996년 2.5%에서 2004년 3/4분기에 4.9%로 거의 두 배나 늘었다. 비정규직 비중은 2001년 27.3%에서 2004년 37%로 급증하고, 자영업자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2000년 304만원에서 2004년 248만원으로 급감했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는 탄식을 잘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반면 다른 경제지표들은 대통령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OECD는 한국의 금년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4.9% 예상에서 5.1%로 상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장기성장력잠재지수의 산출을 통해 향후 한국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사회과학연구원은 한국의 국력이 세계 9위라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이 조만간 세계정상회의인 G8이 G10으로 바뀌면(우리 정부는 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그 일원이 될 거라는 예상은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이런 속에서 지난 18일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내건 이례적인 신년연설을 했다. 이 문제는 원래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잘못 건드리면 정치적으로 크게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지금 국민에게 이를 직접 육성으로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가 잘 안되면 저성장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기실 그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소득의 양극화, 고용의 양극화, 산업의 양극화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면, 이는 다시 교육 및 의료 등 복지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필시 인적자원 훼손, 성장력 하강을 가져와 저성장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새롭게 생각하고 책임있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각 주체들이 대안없는 비판, 조직이기주의에서 벗어나서 책임있는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설 때 희망이 생겨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은 진정한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이제 ‘참여복지’의 수준을 넘어, ‘책임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국가들은 왜 아직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반면 스웨덴 등 북구 3국은 21세기 들어 왜 더 성장하는가? 한쪽은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했고, 다른 한쪽은 참여와 책임의 정신으로 사회협약을 이루고 양극화를 이겨낸 차이가 있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문제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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