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편집부장 |
더 정확히는 5월 지방선거와 내년 12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사생결단식’ 전의를 다지고 있다.국민 여론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치판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유시민 의원의 입각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노무현 대통령이 ‘차세대 주자’로까지 언급하며 밀어붙인 ‘유시민 카드’는 진보세력의 결집을 통한 권력 재창출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연말·연초 정국을 파행으로 몰고 간 ‘사학법 파동’ 역시 법 개정의 명분과 실체는 온데간데 없고,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았다.여권인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정권의 발판이 된 진보세력의 재규합이 절실한 시점이고,한나라당으로서는 어떠하든 지지세력의 구심점인 보수층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빚은 ‘난장’이다.
탄핵정국 속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 승리이후 수차례 치러진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는 여권 입장에서 대선의 시금석이 될 지방선거에 집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권토중래를 꾀하는 한나라당이 수차례에 걸친 재보선 승리를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연결시켜 옛날의 영화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과 그 반사행동 역시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문제는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을 하면서 국민들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데 있다.정치권이 모든 다툼에 국민의 뜻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그 중심에 국민은 없다.
‘유시민 장관 만들기’에 나선 노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은 물론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여권조차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임명한다는데 무슨 하자가 있느냐’는 방식은 위험하다. 논란을 야기한 인사권 집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당 내부조차 의견이 분분한 인사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지난 16일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 대전시당이 개최한 ‘날치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 지키기 운동 대전투쟁본부 발대식’에 참석해 사학법 철폐 의지가 변하지 않았음을 밝혔다.그러나 박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사학법인을 보호하는 것이 ‘교육주권’에 앞선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철폐 투쟁’이 한때 신입생 배정 거부에 나선 사학법인에 대한 보호로 국민들에게 비친다면 내용과 관계없이 그러한 장외투쟁 방식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난장 정국’속에 17일 국민중심당이 창당대회를 가졌다. 분권형 정당제를 표방한 국민중심당 또한 지방선거와 대선을 겨냥해 닻을 올렸다.창당주체들은 부인하겠지만 모양새는 1995년 1월 지방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고고지성(呱呱之聲)’을 외치며 출항한 자민련과 유사하다.
국민중심당이 중앙권력의 지방이양과 국민을 위한 생활정치 및 실용주의 구현을 정치노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그 실체는 분명하지 않다.
어떻게 중앙권력의 지방이양을 이끌어 낼 것이며,어떻게 국민을 위한 생활정치와 실용주의를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정이 불분명하다.지역민들조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국민이 배제된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다툼은 상대방이 엎어져야 게임이 끝나는 ‘개 싸움’과 다를바 없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에도 국민들의 판단은 늘 옳았다.
‘설득의 정치’가 실종되고 ‘강요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는 지금, 국민들은 누가 옳은지 이미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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