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유죄 유전무죄 세상을 향한 절규…

  • 문화
  • 영화/비디오

무전유죄 유전무죄 세상을 향한 절규…

‘지강헌 사건’ 실화로 무게를 더한 누아르

  • 승인 2006-01-20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 홀리데이 주 연 : 이성재, 최민수





“죄가 있어도 돈이 있으면
무죄, 죄가 없어도 돈이 없으면 유죄!”
그의 외침은 분노였고, 분노하게 만든 세상에 내린 정의(定義)였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들떠 있던 1988년 전국을 공포로 떨게 했던 이른바 ‘지강헌 사건’. 영화 ‘홀리데이’(양윤호 감독·현진시네마 제작)는 이 사건을, 영화적 상상력을 보태 비장한 누아르로 빚어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비루한 현실이 이 영화가 관객과 소통하는 지점이다. 영화는 지강헌을 지강혁(이성재)으로 바꾸고, 그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는 악랄한 경찰관 김안석(최민수)를 픽션으로 넣어 재구성했다.

올림픽 개최라는 미명 아래 무참히 짓밟히는 판자촌 장면은 분노와 슬픔이 교차한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주환이 철거작업에 반대하다 안석의 총에 숨지자, 강혁은 대들다 수감된다. 안석이 교도소 부소장으로 부임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강혁은 그의 목숨을 노린다. 안석 역시 공권력을 동원해 강혁을 짓밟는다.

양윤호 감독은 지강혁을 통해 꽁꽁 감춰뒀던 우리 사회의 비열한 표정을 드러내려 한다. 빈민촌과 타워팰리스를 대비시킨 첫 장면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

비열하고 우람한 공권력과 왜소한 서민의 대비는 선명하다. 하지만 국가의 폭력적인 행사를 비판하거나, 악법에 대한 호소는 직접적이고, 탈주범들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은 과잉이다. 중반 이후 지루하게 늘어지는 이유는 친절한 설명 탓이다. 감독이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겠지만 압축의 묘미를 보여주었으면 그 울림이 오히려 더 크지 않았을까.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흘려보내며 남루한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 강혁과 인질 소녀의 엔딩신은 눈물을 솟게 하지만, 눈물이 오래 남지 않는다. 직접화법의 부작용 때문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건 이성재의 연기다. 비록 범죄자이긴 해도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탈주범 강혁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최민수도 비열한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그러나 최민수의 호연이 오히려 영화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독이 됐으니…. 18세 관람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